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전략의 무게 추를 옮겨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중러를 ‘악의 축’이라고 칭하며, 특히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 등 동맹과의 협력도 강조하는 모습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 참석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이 동맹(나토)이 중요하듯 중국 위협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억지력 효과는 미국만이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산국가인 중국은 모든 곳에 있는 자유주의자들에게 위협적”이라고 경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관련 협상이 러시아에 양보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무엇을 허용하고 불허할지는 자유주의 세계의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을 러시아·북한과 묶어 ‘독재의 축’으로 표현하는 발언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사령관인 새뮤얼 퍼파로 해군대장은 호놀룰루 디펜스포럼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북한은 주변에 문제를 일으키는 삼각형을 형성했다”며 ‘부상하는 독재의 축’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무기 재고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계에 맞서 중국은 외교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영국을 공식 방문해 키어 스타머 총리와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영중 전략적 대화는 2018년 7월 제러미 헌트 당시 외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왕 주임과 회동한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약 7년 만에 재개됐다.
왕 주임은 영국에 이어 독일·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연이어 방문해 글로벌 외교 전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하얼빈에서 한국의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블룸버그는 서방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중국의 외교를 ‘매력 공세’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 파트너들을 향해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영토 욕심을 드러내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평판을 제고할 기회가 열렸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