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건강을 위해 은행에 적금하듯 근육을 쌓는 이른바 ‘근육적금’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근육량을 키우고 복부 둘레를 줄이는 게 심혈관질환·대사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반면 여성은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지방과 근육의 균형을 이루는 게 더 중요했다.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면 심혈관·대사질환이 오히려 감소하는 ‘비만의 역설’이 확인돼 성별차이를 보였다.
박준희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와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 데이터를 이용해 70세 이상 84세 이하 노인의 근육량 변화에 따른 심혈관질환 및 대사질환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코호트에 등록된 1634명 중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 353명을 선별해 이들과 성별과 나이대가 같으면서 근감소증이 없는 353명을 짝지어 2년간 체성분 변화에 따른 영향을 살폈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골격근량이 감소하며 근육의 힘과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포함되어 엄연한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팔다리의 근육량과 악력, 보행속도와 같은 신체 기능 평가를 근감소증의 진단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근감소증이 없는 남성 노인은 팔다리의 근육량이 1㎏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41%, 고지혈증 위험이 28% 각각 줄었다. 반면 허리둘레가 1㎝ 증가하면 고혈압 위험이 32% 높아졌다.
반면 근감소증이 없는 여성 노인은 근육량의 증가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체중이 1㎏ 증가하면 고지혈증 위험이 21% 감소했다. 애초 근감소증이 있는 노인은 남녀 모두 근육량을 늘려도 심혈관 및 대사질환 발생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근감소증이 있는 여성이 근육량만 키울 경우 고지혈증 위험이 3배 높아졌다.
근육량을 늘릴 때 근육 내 지방도 함께 증가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노년기 근감소증이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근육적금을 쌓되 남성은 근육량을 키우는 쪽으로, 여성은 무작정 근육량을 늘리기 보다 유산소 운동 등을 병행하며 근육 내 지방축적을 막고 근육의 질을 개선하려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근감소증이 일단 생기면 남녀 모두 근육량만 늘려서는 심혈관 및 대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근감소증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근육량을 유지하고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하는 게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 폐경 및 남성 갱년기학회 공식학술지 ‘마투리타스(Maturita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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