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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의 시대, AI가 해답인가? [BOK 경제강좌]

김훈 한국은행 경제교육팀 교수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경제전망에 등장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AI(인공지능)’와 ‘탈세계화(deglobalizaion)’이다. 이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AI’가 경제에 긍정적인 반면, ‘탈 세계화’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활용이 아직 초기 단계인 반면, 탈세계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올해 들어 세계 여러 나라는 AI의 빠른 확산이 실물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출시된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가 엔비디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시장에서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AI는 당초 1950년대 기계가 인간처럼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다 그 아이디어가 고안되었다. 한동안 정체되었던 AI 연구는 1990년대 들어 AI가 스스로 규칙을 찾아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 머신러닝이 개발되어 다시 활성화된다. 이런 가운데 202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00년대 초 인공신경망을 활용하여 일반적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딥러닝 단계’로 고도화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생성형 AI인 ‘챗 GPT’와 자율지능형 AI인 ‘AI 에이전트’가 탄생된 것이다. 2010년 이후 AI가 급속히 발전한 배경에는 하드웨어적인 환경 변화도 한몫을 했다. 기존의 직렬방식 중앙연산처리장치(CPU)가 대량연산이 가능한 병렬방식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전환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최근 미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급성장도 GPU 반도체 생산에 기인한다. 아울러 데이터의 급속한 증가도 AI 발전을 견인했다. 인공신경망 학습에는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한 데 2000년 이후 인터넷,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등이 확산되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빅데이터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화된다.

AI 컴퓨팅의 확산과 더불어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큰 변화는 탈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까지 지속된 세계 경제의 세계화(globalizaion)는 1980년대 초반에 촉발되었다. 그 무렵 세계 각국은 시장 원리 위주의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상품, 서비스를 포함하여 노동 및 자본 같은 생산요소까지 교역자유화를 빠르게 추진하였다. 아울러 1990년대에는 교역자유화를 통한 세계 경제후생 극대화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도 출범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는 큰 타격을 받았고, 세계화로부터 소외된 선진국 중하위 소득계층의 불만은 쌓여갔다. 실제로 2016년 뉴욕시립대 밀라노비치 교수가 제시한 ‘코끼리 곡선’은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등 개도국 노동자(세계 소득분포 상위 약 50% 집단)의 실질소득이 크게 증가한 반면, 선진국 중하위층 노동자(상위 약 20% 집단)의 실질소득 증가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이에도 선진국들은 소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일관하였고, 결국은 소외계층에 의해 탈세계화로 불리는 급격한 정치지형 변화가 초래되었다. 지난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와 2017년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최근 코로나 사태와 국가간 영토 분쟁에 이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관세 분쟁 격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세계 각국이 공동 번영을 외치던 분위기가 상호간 거래에 의해 각자도생을 도모해야 하는 매우 각박한 상황으로 변모했음을 뜻한다. 아울러 이는 올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깊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AI의 빠른 확산이 경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사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여 최적의 결과를 자동으로 도출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므로, AI 확산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도의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AI를 통해 제품의 불량률을 상당폭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AI는 로봇, 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장착이 되어 그 기능을 자율화하고 최적화하는 혁신적인 성능 향상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정부도 AI 혁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산업간 전후방 연관효과 등을 감안할 때 향후 3년간 국내 GDP가 최대 1.8% 포인트 추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와 같이 AI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가 부각되는 가운데에서도 AI에 내재되어 있는 근본적인 한계와 부작용은 우려된다. 특히 데이터 확보와 AI 기능 측면에서의 문제점들이 지적된다. 첫 번째로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AI가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수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미 가용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람이 생성하는 기사, 논문, 분석자료, SNS 정보 등과 같은 텍스트 데이터의 경우 AI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새롭게 생성되는 데이터 용량을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AI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산한 정보가 다시 AI 학습에 활용되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데이터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데이터의 질과 관련해서는 딥시크 경우에서와 같이 AI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알고리즘과 입력 데이터가 편향될 가능성도 염려된다. 두 번째로는 AI의 기능과 관련한 문제이다. AI는 근본적으로 개발자가 설정한 분석모델에 대량의 과거 데이터를 입력하여 처리, 분석함으로써 평균적인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기능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실시간으로 마주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예측하는 데에는 취약하다. 예를 들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의한 재난 상황이나, 탈세계화처럼 사람들의 집단적인 의지에 의해 정치, 경제적인 환경이 돌변하는 것들은 AI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블랙 숄즈 방정식으로 유명한 스탠포드대 숄즈 교수도 극단적인 사건(tail event)에 대한 예측과 관련하여 AI의 결함을 지적한 바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올해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의 험난한 경제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AI를 활용한 경제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AI 관련 업계 흐름을 보면 AI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후발주자이다. 그 동안의 경직적인 교육체계와 빈약한 데이터 인프라로 인해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를 가진 AI 연구자나 개발자 육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선도주자로 나아가고 있다. 반도체와 더불어 AI가 장착되는 로봇, 자동차, 의료기기 등에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AI 연관산업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최근 주춤하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 증대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다양하고 풍부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플랫폼 등 효율적이고 안전한 데이터 인프라 확충에 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경직적인 교육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AI 연구 및 개발에 우리나라가 뒤처지고는 있으나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성 없이는 하드웨어에 대한 주도권도 언젠가는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K-POP, K-드라마와 마찬가지로 K-AI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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