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열풍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인도에서 중국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난 몇 년간 크게 올랐던 인도에서 자금을 빼 올해 강세가 예상되는 중국 기술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서 최근 한 달 동안 1조 3000억 달러(약 1877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늘어난 반면 인도 시장은 7200억 달러(약 1039조 원) 넘게 줄었다. 딥시크 열풍으로 중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고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며 중국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인도는 성장 둔화, 기업 실적 악화,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기록적인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지수는 3개월 연속 인도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이는 지난 2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켄윙 아시아 주식 전문가는 “딥시크 열풍은 중국이 실제로 전체 AI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몇 달 동안 중국 인터넷 관련주를 사들이면서 밸류에이션을 초과하는 일부 인도 주식은 처분했다.
최근 몇 년간 인도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중국을 대체할 제조 허브로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을 끌어모았다. 내수 중심의 인도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졌으나 최근 딥시크발(發) 훈풍을 타고 있는 중국 증시에 밀려 매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최고 경영진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소식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사 캔드리암의 펀드 매니저인 비벡 다완은 “딥시크 열풍이 중국 경제와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위험 대비 보상 측면에서 중국이 인도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MSCI 중국지수는 미래 예상 수익 추정치의 11배인 반면 MSCI 인도지수는 약 21배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지역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최근 몇 달 동안 대부분의 펀드가 인도 주식 비중을 줄이고 중국 주식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10%의 추가 관세는 중국 주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아문디SA는 “양측이 무역 협상에서 합의하면 휴전이 가능하겠지만 이러한 합의는 가까운 미래에 유동적이고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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