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 당국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역대급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략적인 자본 관리 정책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주주환원율이 상승하는 곳으로 꼽힌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기 위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통해 그룹 이사회와 경영진의 밸류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현금배당을 주당 1800원으로 결의하면서 지난해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액을 3600원까지 확대했다. 전년 대비 5.9%(200원)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총주주환원율은 2021년 26%, 2022년 27%, 2023년 33% 등에서 지난해 37.8%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약속한 주주환원 계획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행했다”며 “타사 대비 주주환원율 상승 폭도 큰 만큼 2027년 50% 목표까지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공시에 따라 올해 주주환원 계획도 구체적으로 정립했다. 올해부터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고정하고 분기 균등 현금배당을 시행해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확대를 통해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PS) 등 기업가치 측정 핵심 지표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이토록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는 건 불확실한 경영 여건에서도 보통주자본비율(CET1) 추정치를 관리 목표인 13~13.5%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 비율로 위기 상황에서 손실 흡수 능력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주주환원 여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으나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한 결과 CET1이 13.13%를 기록했다. 여기에 수익성 중심의 자산 성장 전략도 효과를 나타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도 3조 73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시장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수수료이익 증가,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으로 실적도 개선됐다. 지난해 말 대손비용률도 0.29%로 전년 대비 0.11%포인트 감소해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환율 관련 손실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투자은행(IB) 수수료 확대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견조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으나 점차 안정될 경우 자본비율이나 손익계산서 등에서 점차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적정 수준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도록 주주환원 계획을 정립했다”며 “대손비용률도 선제적·체계적 관리를 통해 그룹의 경영 계획 수준 안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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