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파인애플 등 신선과일 수입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4억 달러(약 2조 220억 원)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산 과일 작황 부진으로 과일값이 오르며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해 수입을 늘린 영향이다.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대 주요 신선과일 수입액은 전년(12억 500만 달러)보다 20.1% 증가한 14억 4700만 달러(약 2조 899억 원)로 잠정 집계됐다. 12대 신선과일은 바나나·파인애플·망고·아보카도·포도·키위·체리·석류·블루베리·오렌지·레몬·자몽 등이다.
지난해 수입액은 2018년에 기록한 직전 최대치인 13억 3200만 달러보다 8.6% 많다. 신선과일 수입액은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2018년까지 증가세였다.
그러나 이후 엘니뇨로 주요 산지에서 과일 작황 부진이 이어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에 선반 운임이 상승하고 배송 일정이 지연되는 등 물류 문제가 겹치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2023년과 작년 국내에서 수입 신선과일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입액이 2년 연속 증가했다. 이는 국산 과일 생산이 줄어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대체 소비를 확보하고자 수입 과일에 할당관세 적용을 확대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458개 중 전년 대비 물가 상승 폭이 가장 큰 품목은 배(71.9%)였고, 귤(46.2%)이 그 뒤를 이었다. 감(36.6%), 사과(30.2%) 가격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에 따라 과일 수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과일 재배 면적 감소와 함께 이상기후 반복으로 국산 과일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에 따라 신선과일 수입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경연은 ‘농업전망 2025’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선과일뿐 아니라 건조·냉동 과일까지 모두 합한 전체 과일 수입량이 작년보다 6.8% 증가한 81만 7000t(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오는 2034년 과일 수입량 전망치를 86만 5000t으로 제시하면서 연평균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1일부터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면서 미국산 과일 수입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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