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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아닌 ‘고대 조선’이 맞다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유감

15일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입구. 바닥에 ‘고조선’ 글자가 있다. 앞에 있는 것은 고대 조선의 대표적 유물인 ‘비파형 동검’(서기전 6~5세기)이다. 최수문기자




지난 1월 4일 화재로 일부가 그을린 ‘옛 전남도청’을 살펴보기 위해 2월12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광주광역시를 방문했다.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은 차질 없이 계획대로 오는 9월까지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직접 확인했다. 기자도 동행해 지역 문화계를 취재했다.

여기서 이 건물을 ‘옛 전남도청’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 다른 ‘전남도청’이 전라남도 무안군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의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반면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에 ‘최후의 항쟁지’였던 곳이다. 공사 목적은 당시 그대로 복원해 전시실과 추모, 교육, 체험, 소통 공간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옛 전남도청’을 떠올린 것은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 1층 ‘선사고대관’이 2년여의 리모델링을 통해 2월 15일 재개관했을 때였다. 전시가 혁신된 것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눈에 그슬린 것은 과거 ‘고조선실’이 그대로 ‘고조선실’이라는 명칭으로 있다는 것이다.

15일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전시 설명. 최수문기자


분명히 말해서 고조선은 국가 명칭이 아니다.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왕검이 세운 나라는 ‘조선(朝鮮)’이다. 그리고 모든 역사 기록에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된다. 중국 사마천이 쓴 ‘사기’에서 조선을 언급한 글의 제목도 ‘조선열전’이다.

고조선이라는 명칭은 삼국유사의 해당 글의 제목 ‘고조선(古朝鮮)’에만 나온다. 다만 여기서 고조선의 ‘고(古)’는 한문투의 ‘옛’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옛 조선 이야기’ 정도의 풀이겠다. 현재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고궁’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도 중국어에서는 옛 로마를 ‘고라마(古羅馬)’, 옛 그리스를 ‘고희랍(古希臘)’이라고 쓴다. 반면 우리는 이들을 ‘고대 로마’와 ‘고대 그리스’로 표기한다.



이제 고조선은 ‘고대 조선’이라고 바꾸는 것이 옳겠다. ‘고대 ~’는 우리가 역사속 과거 국가나 민족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영어로는 ‘Ancient Joseon’이다. ‘Gojoseon’이 아니다. ‘고조선’이라는 명칭은 뭔가 허무맹랑하고 있지 않았던 국가를 표현하는 듯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고조선 역사가 허구라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고조선 용어를 늘 써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대로 쓴다는 주장은 옳지 못하다.

삼국유사의 ‘조선’ 관련 부분. 동그라미 한 것이 제목 ‘고조선’과 본문 ‘조선’ 글자다. 서울경제DB


중국어에 따른 우리말 오염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최근 ‘번체자’라는 용어가 문제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현재 한자를 축약해서 쓰고 있고 이를 ‘간체자(簡體字)’라고 부른다. 대신 기존의 글자는 ‘번체자(繁體字)’라고 낮춰본다. 번체자는 말 그대로 번잡한 글자라는 뜻이다.

요즘 국내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우리가 쓰는 한자를 스스로 ‘번체자’라고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름을 붙인다면 ‘정자(正字)’ 가 맞다. 한자가 기본 문자가 아닌 한국에서는 특별히 줄여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줄여 쓴 것은 ‘약자’다.

한자가 기본 문자인 일본도 불가피하게 간략화 했는데 이를 ‘신자체(新字體)’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원래의 한자는 ‘구자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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