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매파적인 견해와 기대치를 크게 상회한 물가 발표를 계기로 미국 금리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 비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많이 후퇴한 상황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 후 ‘빅 컷(기준 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지만 이후 미진한 인하 속도는 1990년대 연준 금리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초반 미 연준은 걸프전 등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물가 상승률 둔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경기 둔화 조짐이 일자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미국 소비자물가는 쉽게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2% 선으로 내려오지 못했다. 오히려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이 탓에 연준의 금리 인하는 종료됐다. 이후 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계속 상승하며 1996년 7월 3%를 넘어섰고 연준은 8개월 후인 1997년 3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발표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기록했는데 이는 보는 것처럼 과거와 매우 유사한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이 같은 흐름을 더 강화할 공산이 크다. 미국 피터슨국제연구소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한대로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관세 부과시 올해 미국 물가는 0.54%포인트 상승 압력을 받고 멕시코와 캐나다 보복관세시 0.90%포인트, 중국 보복관세시 0.12%포인트 상승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관세 효과가 본격화하면 미국 소비자물가는 연준 장기 목표인 2%를 훨씬 벗어나 3% 대에 고착화되거나 4% 수준을 넘나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은 ‘유지’나 ‘인하’가 아니라 1997년 3월처럼 ‘유지’나 ‘인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경제와 금융시장은 관세로 인한 갑론을박뿐 아니라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충격에도 대비해야 할 수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압박이 더 강해지는 것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통화정책과 시장 금리 흐름에 대한 우려는 결국 환율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의 연료인 미국과의 금리 차가 유지되거나 더 확대돼 환율 부담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 연착륙과 미지근한 연준 금리 인하 그리고 높은 시장금리와 장기화한 달러 강세는 결국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시아와 러시아까지 이어진 외환위기로 마무리됐다.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의 강세와 달러 표시 금리의 상승은 미국 이외 글로벌 경제 입장에서 보면 결국 긴축정책이 지속되고 강화되는 의미일 수 있고, 이 부담이 누적되며 감내력이 약한 나라들을 위기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그 당시와 지금은 경제구조도 다르고 대부분의 나라가 통화 스왑을 맺고 있는 등 대비 태세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위기가 반복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금리 부담이 누적되고 있고, 트럼프로 인한 정책 모순이 커지는 등 부담과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는 국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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