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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결제 수수료율 中의 5배…韓 카드 소비자만 '봉'

◆애플페이의 역설

中 0.03%인데…韓선 0.15% 매겨

도입 확산땐 他업체도 수수료 부과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것

해외카드 결제시스템 종속 우려도

"카드수수료 규제체계 되짚어봐야"

애플페이를 통해 현대카드를 활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3년 3월 21일은 카드 업계에서 분기점으로 꼽힌다. 현대카드 독점으로 애플페이가 국내에 첫 서비스를 개시한 날이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출시 하루 만에 카드 등록 건수 100만 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현대카드에서도 애플페이 도입에 힘입어 20~30대 젊은층 고객을 대거 유입할 수 있었다. 신한·KB국민카드뿐 아니라 하나·우리카드와 같은 다른 주요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제휴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의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연간 1500억~2000억 원 상당의 수수료를 애플이나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납부해야 돼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플페이 수수료 부담이 ‘카드사 수익성 감소→연회비 인상 및 알짜 카드 단종→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큰 것과 관련이 깊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카드가 애플에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약 0.15%에 달한다. 중국(0.03%)의 5배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독점력 확보를 위해 높은 수수료율을 감내한 측면이 있다”며 “애플 역시 한국 카드사에 지나친 수수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0.15%가량의 수수료율을 국내 다른 카드사에도 고스란히 적용하게 된다면 다른 간편결제 업체도 덩달아 수수료 부과에 뛰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간편결제 시장 내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간편결제사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은행과 여신금융협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간편결제사에서도 국내 결제에 애플페이의 EMV 방식을 도입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수료 규모는 향후 5년간 1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간편결제 업체들이 모두 수수료 유료화에 나설 경우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업체들이 수수료 징수에 나설 경우 인건비 감축 및 신규 투자 중단과 함께 무이자 할부 축소와 같은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에 없던 간편결제 수수료율이 부과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카드사는 물론 고객에게까지 전가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애플페이를 중심으로 해외 업체들이 국내 결제 시장을 장악하면 향후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국내 카드사들의 해외망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한국에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 결제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 법무부는 비자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주된 사유는 △다른 결제 시스템 원천 차단 △독점을 무기로 비싼 수수료 책정 △핀테크 기업의 결제 시장 진입 차단 등이었다. 카드 업계의 고위 관계자 역시 “국내 결제 산업 약화와 글로벌 종속은 향후 국제 브랜드사의 수수료 인상 같은 추가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는 또다시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내 결제 시장은 카드사 및 간편결제사의 노력으로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신한과 KB·삼성·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2013년부터 앱 카드를 개발했고 다른 카드사와 간편결제사가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왔다. 카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비자와 마스터 같은 국제 브랜드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애플페이가 이용하는 EMV 방식 이외에 다른 결제 규격은 쓰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자체 결제망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결제산업을 고려하면 금융감독 당국과 정치권이 애플페이의 확산과 수수료 정책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 입장에서 애플페이 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이 사실”이라며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카드 수수료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경우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나가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확산 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애플페이 논란을 계기로 수수료 규제 체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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