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을 앞두고 고려아연(010130)이 썬메탈코퍼레이션스(SMC)를 통해 영풍 주식을 취득한 것에 대한 즉각적 조사를 고려아연 이사회에 촉구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파트너스가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위해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며 공방을 이어갔다.
영풍·MBK파트너스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이사회 전원에게 1월 22일 SMC를 이용한 영풍 주식 취득 관련 위법행위에 대해 즉각적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100% 지배하는 호주회사인 SMC는 지난달 22일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몇 시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일가 및 영풍정밀(036560)로부터 575억 원상당의 영풍 주식을 매수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SMC 재산을 최 회장의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배임행위이자 고려아연에게 피해를 준 행위”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는 물론 산하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해 위법한 업무집행을 지시했으며 SMC의 이사인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역시 이에 가담했다는 주장이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는 SMC가 영풍 주식을 매입하게 된 경위와 최 회장 및 박 대표이사가 그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아울러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박 대표이사가 또 다시 불법적으로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최 회상이 개인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주장은 허위라고 즉각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의 기습적 공개매수로 시작된 분쟁은 현 경영진과 이사회가 반대하는 명백한 적대적 M&A”라며 “SMC는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해외 사업 및 호주 계열사 사업 축소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 판단으로 영풍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어 “또한 시가 대비 30%가량 낮은 가격에 영풍 주식을 매입해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는 등 재무적, 투자적 측면에서도 합리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오히려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는 영풍은 사업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해야 할 자금을 마치 ‘깨진 독에 물 붓기’처럼 다른 곳에 낭비하며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연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