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3월 31일 공매도 재개를 사실상 못 박았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 일정에 맞춰 투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학계에서도 시장 신뢰도를 위해 정치권이 갑작스러운 전면 금지 조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무회의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18일 밝혔다. 개정안은 공매도 목적의 대차 상환 기간을 제한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에 자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의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공매도 주문을 받는 증권사는 매년 법인이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를 이행했는지를 확인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 조치를 위반한 법인과 증권사에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개정안은 공매도가 재개되는 3월 31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는 다음 달 초 정례회의에서 금융투자업규정 등을 개정해 제도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거래소의 중앙점검시스템(NSDS)도 개발이 완료돼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 명분이었던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과 제도 정비 등 필요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시장 가격 변동성과 스프레드가 줄고 주가 급등락 빈도도 완화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국내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을 충족하는 등 대외 신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외국인의 시장 참여 비중이 낮아졌던 만큼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투자가의 시장 참여도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S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공매도 재개로 인한 종목별 영향 등도 분석하고 나섰다.
다만 당국이 예고했던 대로 공매도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우려가 높다. 공매도 금지 명분으로 내걸었던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정치권의 입김 등으로 재개 시점을 미룬다면 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때도 시장을 열었는데 지난해 6월부터 예고했던 시점에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으면 뒷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공매도가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우백 방송통신대 교수는 “한국 시장에서 공매도는 단순히 주가를 하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대평가된 기업들을 본질 가격으로 회복하는 가격 발견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적발되는 불법 공매도는 공매도 본연의 기능과 상관없는 문제인 만큼 규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수봉 아주대 교수도 지난해 역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분석한 결과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과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왕 교수는 “공매도는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주 활용하는 투자 기법 중 하나”라며 “공매도의 가격 발견 기능과 함께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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