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의 3조 원대 부동산 유동화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1월 말 윤곽이 나올 예정이었던 구체적 유동화 방안이 3월 중순까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매각 작업이 길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의 부동산 유동화 방안 세부안이 애초 1월 말에서 2월 말로 미뤄진 데 이어, 3월 중순 이후로 재차 연기될 가능성이 나온다. 3월 3~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5' 참석으로 인해 경영진 보고와 의사결정 일정이 순연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KT는 부동산 유동화 작업 주관사로 삼정KPMG·에비슨영·컬리어스·부동산플래닛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당시만 해도 6주 동안 실사 작업을 거쳐 1월 말 구체적인 유동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KT와 자문사 측이 유동화 대상 자산을 두고 추가 논의가 진행되며 유동화 방안 확정은 2월 말로 순연됐다.
구체적인 유동화 방안이 지연되는 원인은 매각 측과 주관사의 입장차다. 주관사인 삼정KPMG 컨소시엄은 매각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호텔 등 잘 팔릴 자산 위주로 유동화 계획을 세우려고 하는 반면, KT 측은 지방 상가건물 등 비인기 자산도 함께 처분하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 측은 우량 자산과 비인기 자산을 묶어 매각하는 이른바 ‘끼워팔기’ 방식으로 매력적인 ‘패키지 딜’ 구조를 짜는데 집중하고 있으나, 이 경우 원하는 매각가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할 소지가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KT가 보유한 지방 부동산 자산군이다.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지방 도심 핵심지역 부동산도 거래가 힘든 상황이다. 지방 부동산 중에는 자연녹지지역도 껴 있어 매각 난도가 더욱 올라갔단 전언이다. 상업용 부동산 IB 관계자는 “개발 제한이 많은 자연녹지지역 부동산은 매수자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측에서는 매각 매력도가 높은 호텔과 임대주택에 지방 부동산을 묶는 패키지 딜 방식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현재 유동화 대상으로 내놓은 자산은 호텔과 오피스, 토지 등 20 곳이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안다즈 강남 등 강남권 5성급 호텔들이 핵심 매물로 꼽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로 서울 시내 주요 호텔 객실점유율이 80%를 웃도는 호황”이라며 “안다즈 강남과 소피텔은 2019년과 2021년 각각 개관한 신축 건물로, 하얏트와 아코르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을 운영사로 확보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임대주택 ‘리마크빌’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이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며 임대주택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에스테이트는 동대문·영등포·관악·대연 등 4곳의 리마크빌을 보유 중이며, 기업형 임대주택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KT의 패키지 딜 전략이 유동화 속도를 늦추는 덫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패키지 딜 구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동화 작업이 지연되고, 인수 측이 나타난다 해도 협상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도 부담이다. 최근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급증하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시간이 갈수록 매물이 쌓여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