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예금금리도 하락세다. 이에 금과 달러 등 안전 자산이나 주식 투자에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이날 거치식 예금 상품 4종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퍼스트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기존 연 2.45%에서 2.30%로 0.15%포인트 내렸다. ‘퍼스트표지어음·더블플러스통장’ 금리는 최대 0.5%포인트, ‘e-그린세이브예금’ 금리는 최대 0.1%포인트, ‘SC제일친환경비움예금’ 금리는 0.1%포인트씩 인하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금리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14일 대표 상품인 하나의 정기예금,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 정기예금 등 3개 수신 상품의 12개월 이상~60개월 구간 기본 금리를 0.20%포인트씩 낮췄다. 케이뱅크도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정기예금 상품인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의 약정 이율을 최대 0.3%포인트 축소했다.
은행권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줄줄이 예금금리를 내린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내렸고 신한은행도 같은 달 최대 0.3%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췄다.
이날 기준으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대표 예금 상품 금리 상단은 연 3.00%다. 현재 추세가 계속 된다면 조만간 은행권에서 3%대 예금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중은행의 12개월 기준 예금금리는 2.68~3.31% 수준이다. 인터넷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연 3.10%,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 연 2.90%, 토스뱅크(6개월 만기 기준) 연 3.0%로 시중은행과 비슷하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새마을금고의 예금금리도 3% 선에 바짝 다가섰다. 서울 내 본점 186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4일 기준 평균 3.3%로 집계됐다. 개봉점과 광진제일점을 비롯한 일부 영업점 금리는 2.9%까지 내려앉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연평균 금리는 3.09%로 지난해 말 3.33% 대비 0.24%포인트 하락했다. KB저축은행·SBI저축은행·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2% 후반대의 금리를 기록했다.
저금리에 금융 소비자들은 대안을 찾고 나섰다. 금과 은 등 대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최근에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달러 수요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총 676억 5207만 달러(약 97조 78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월말 기준으로 2023년 1월 말의 682억 3181만 달러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고환율 국면에도 추가적으로 달러를 사들이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달러 추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 달러를 사 모으는 개인 고객이 늘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수출입 기업의 달러 수요도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14일 기준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잔액은 9019억 원으로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이 9000억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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