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픈AI 등 미국 기술 기업과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이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이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바람직한 인공지능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업들이 연방정부에 안전성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폐지했고 유럽연합(EU)도 강력한 규제에서 AI 발전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혁신을 위한 규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 겸 법무법인 린의 테크총괄 변호사도 정부가 혁신 촉진형(light-touch) 접근 방식으로 규제 방향을 조정하고 다양한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부의장은 “EU와 같이 강한 규제를 도입할 때 AI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규제 완화를 비롯한 데이터 접근성 확대·투자 지원·AI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종합적 정책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인재 확보 정책도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핵심 AI 인재가 국내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이끄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 AI 과학자 제도가 해결책 중 하나로 꼽혔다. 국내 연구진의 보수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 센터장은 "교수가 기업이 풀어야 하는 문제를 연구 주제로 삼아 학생을 지도하는 형태로 한다면 양쪽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며 "기업에서 1억 5000만원을 지원하면, 학교에서 7000만~8000만 원, 또 나머지 7000만~8000만 원을 정부에서 지원한다면 매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인프라 투자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센터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7년까지 3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더 확대하고 추경 예산에서도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더욱 빠르게 확장하고,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산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국내 AI 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AI 아마겟돈, AI 유니콘이 미래다' 토론회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시장 진출을 실질적으로 달성하려면 정부 지원이 신속하고 과감하며 실패를 전제로 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3개월 준비·6개월 단기 지원이라는 속도전식 프로그램은 급변하는 AI 시장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동남아·중동·남미 국가를 아우르는 AI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 센터장은 "전체 생태계나 AI 밸류체인 기준으로 보면 이 많은 것들을 우리 혼자서 다 하는 게 쉽지 않다"며 "동남아·중동·남미 등 얼라이언스의 리더가 되는 형태로 AI G3 국가에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하 센터장은 글로벌 AI 리더로 거듭남으로써 미국과 중국에 종속되지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산업 진흥을 중심으로 두고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관은 “AI 기본법은 분명히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도 진흥을 중심으로, 윤리와 신뢰 기준은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김현 더불어민주당 간사·최형두 국민의힘 간사 등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찾는다. 과방위 위원들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하 센터장 등 네이버 임원들과 AI 관련 입법과 제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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