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2위·3위 완성차 업체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경영 통합이 무산된 가운데 혼다 측이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사장 퇴진을 전제로 인수 협상 재개 의사를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혼다는 닛산의 우치다 사장이 물러날 경우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을 만들기 위한 인수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지주회사를 2026년 설립해 양 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방식의 경영 통합 계획을 밝히고, 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2023년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자동차 업체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두 회사는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혼다는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의 자구책에 만족하지 못해 닛산을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고 대등한 통합을 원했던 닛산은 이에 반발해 협의 중단 방침을 밝혔다. 두 회사는 이달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협의 중단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한 소식통은 “혼다는 (닛산의 자회사화 방안에 대해) 내부 반대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새 사장 아래에서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58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거래 협상이 결렬된 뒤 우치다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사회가 그의 퇴임 시기에 대해 비공식 논의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우치다 사장은 협상 결렬 발표 직후 “닛산이 회복 궤도에 오른 후 물러나고 싶지만 요청이 있다면 더 일찍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 없이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출 부진 등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닛산은 혼다와의 거래가 무산된 후 생존을 위한 대안 파트너를 서둘러 찾고 있다. 대만 폭스콘이 전기차 제조 계약 확보를 위해 닛산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미국 기술기업들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문사들은 비용과 구조조정에 따른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 확보가 필요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참여도 논의되고 있다.
맥쿼리의 제임스 홍 애널리스트는 “잠재적 매수자들에게는 지금 당장 들어가거나(인수하거나), 닛산이 더 어려워져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두 개의 접근법이 있다”며 “이들이 서두를 필요는 없고 급한 쪽은 닛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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