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랩·신탁) 계좌 ‘채권 돌려막기’ 불건전 영업 행위로 적발된 국내 9개 증권사들에 대한 기관 제재를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 회의를 열고 하나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005940)·교보증권(030610)·유진투자증권(001200)·미래에셋증권(006800)·유안타증권(003470) 등 8개 증권사에 대해 중징계인 기관 경고를, SK증권(001510)에 대해서는 경징계인 기관 주의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이들 증권사에는 총 289억 72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조치도 결정됐다. 또 교보증권의 경우 신규 사모펀드 설정과 관련한 업무에 대해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융위의 기관 제재는 기관 주의, 기관 경고, 시정 명령, 영업 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로 나뉘며 기관 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앞서 금감원은 2023년 5월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 관련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채권형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1대1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 금융 상품이다.
그 결과 2022년 하반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를 요청하자 증권사들이 만기 도래 고객 수익을 위해 고유 자금을 사용하거나 자전 거래로 다른 고객에게 손실을 전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고가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맞추고 손실을 숨기기도 했다.
금융위는 위와 같은 증권사들의 행위를 건전한 자본시장 거래 질서와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 위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초 금감원이 9개 증권사에 대해 3~6개월 수준의 영업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최종 징계 수위를 낮춘 건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시장의 특수성, 증권 업계의 재발 방지 노력, 과태료 부과 규모 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위반 행위는 실적 배당 상품인 랩·신탁을 확정 금리형 상품처럼 판매·운용하고 환매 시 원금 및 수익을 보장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위법·부당행위가 재발할 경우 심의 과정에서 가중 요인으로 보아 엄정 제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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