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는 기존 통신산업 영역을 뛰어 넘어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 경쟁과 협력에 집중하는 ‘AI 외교 거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3사를 포함한 전 세계 통신사들이 AI 기업의 위용을 갖추고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겨루는 데뷔전을 치르는 한편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AI 주무부처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현장을 찾아 자국 기업 지원과 글로벌 협력에 나선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다음 달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25’에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한다. 특히 유 장관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브렌든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과의 미팅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 AI·통신 주무부처 장관이 MWC를 찾는 것은 3년만이다.
그동안 6세대 이동통신(6G)이나 망 중립성 같은 통신 분야 쟁점에 집중했던 MWC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행사로 자리매김하자 정부도 이를 AI 외교의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카 FCC 위원장과 함께 유럽연합(EU)에서도 지난해보다 격을 높여 테레사 리베라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하고 인도, 일본 등도 장·차관을 보낸다. 기조강연 무대에도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AI 신흥강자들이 오른다.
MWC가 AI 외교 거점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전 세계 통신사들의 AI 기업 전환이 있다. 올해 MWC는 통신사들이 지난해부터 본격 투자한 기술로 실제 AI에이전트(비서) 같은 AI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첫 글로벌 무대인 셈이다. 문홍기 PwC컨설팅 대표는 “올해 화두는 AI에이전트”라며 “통신사들은 다수 가입자를 AI 이용자로 끌어들일 수 있어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PwC는 MWC 6개 세션 중 AI 세션인 ‘AI플러스’의 후원사다.
앞서 이달 10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 역시 MWC에 대한 AI 업계의 주목도를 높였다. EU가 그간의 고강도 AI 규제를 뒤로하고 규제 완화와 함께 300조 원의 민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지 통신사들의 AI 기업 전환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미국을 상대로 AI 주도권 싸움을 건 것이고 직후 열리는 MWC는 그 2라운드가 될 것”이라며 “통신사들도 AI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역량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에 이통 3사 대표들이 직접 현장을 챙긴다. SK텔레콤은 다음달 북미 이용자용 AI비서 ‘에스터’ 출시를 앞두고 서비스를 시연하고 도이치텔레콤, 소프트뱅크 등과의 5개 통신사 AI 동맹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회의를 통해 협력 확대에 나선다.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15개 협력 스타트업들을 위한 별도 전시관(부스)도 꾸린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X(AI 전환) 솔루션 사업, 올해 처음 부스를 꾸리는 LG유플러스도 AI비서 ‘익시오’ 출시와 LG AI연구원의 AI모델 ‘엑사원’과의 시너지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 확보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AI에이전트 스마트폰 ‘갤럭시S25’를 전시한다.
해외 통신사도 비슷하다. 현지 통신사 중 프랑스 오랑주는 이달 자국 미스트랄AI와 AI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영국 보다폰은 AI비서 ‘슈퍼토비’, 스페인 텔레포니카도 맞춤형 AI비서 생성 플랫폼 ‘텔레포니카 테크’를 최근 출시했다. 미국 티모바일은 오픈AI와 함께 고객 의도를 이해하는 ‘인텐트CX’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720조 원 규모 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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