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이 사랑하는 소설 ‘서유기’는 삼장법사 일행이 당나라 수도 장안에서 서역까지 여행하며 겪는 81가지 고난과 모험 이야기다. 서역은 오늘날의 인도로서 당시 사람들에게는 천축국으로 불리는 머나먼 미지의 땅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도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인도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제조 역량에서 마루티스즈키를 앞선 현대차는 인도 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힘입어 더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 정부는 ‘인도에서 제조하라(Make in India)’ 캠페인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13개 산업에서 자국 내 생산 매출 증가분의 4~6%를 보조금(PLI)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LG전자는 현지 생산부터 판매, 연구개발(R&D) 기능을 두루 갖춘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64%), 에어컨(31%) 등 인도 가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북미에 이은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4억 5000만 인구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는 아직도 6억 명에 불과해 추가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
거대한 땅 인도는 아직 인프라도 부족하다. 이에 인도 정부는 도로·철도·항공 등 물류 인프라에 100조 루피(약 1조 3000억 달러)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상선·현대건설기계·두산밥캣·삼성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기업들이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에 진출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인도 정부는 해양 물류 산업 육성을 위한 ‘신규 상선 1000척 확보’를 목표로 조선업 파트너도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표단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에 방문해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조선’이 인도 조선업의 파트너가 된다면 양국 모두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 내 한류의 영향 또한 점점 확산되고 있다. ‘K뷰티’ ‘K푸드’ ‘K엔터’ 산업의 성장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인도 게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2027년까지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인도 뷰티 시장에서도 다양한 한국 브랜드들이 활약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그간 강대국 틈에 끼어 고난을 겪었다. 우리는 그 덕분에 큰 나라, 큰 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하고 그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익혔다. 새해 우리의 이러한 DNA가 한국과 인도의 협력과 발전을 이끌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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