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사이즈의 칩에 100만 개 이상의 큐비트(Qubit·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를 탑재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양자 컴퓨팅 칩을 공개했다.
MS는 자체 개발한 위상초전도체를 사용한 양자 컴퓨터 칩 ‘마요라나(Majorana) 1’을 공개했다고 20일 밝혔다. 손바닥 크기의 마요라나 1은 MS가 개발한 ‘토폴로지 코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지금까지 개발된 양자컴퓨터 칩이 초전도 큐비트를 이용한 반면, 마요나라는 ‘위상적(topological)’ 큐비트를 사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 큐비트는 모양이 변해도 본질이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갖추고 있어 차세대 초전도 큐비트로 꼽혀 왔다. 기존 양자컴퓨터는 온도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쉽게 반응해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칩은 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큐비트를 단일 프로세서에서 100만 개 이상 집적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졌다. 일반 컴퓨터가 0, 1을 조합한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양자컴퓨터는 0, 1 조합 외에 둘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인 큐비트를 활용할 수 있다. 큐비트가 많을수록 더 강력한 연산 성능을 발휘한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한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 해결하지 못한 신약 개발, 기후 예측 등 난제를 풀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마요라나 1에는 8개의 큐비트가 탑재됐다. 100만 개 이상의 큐비트까지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돼 비약적인 성능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체탄 나약(Chetan Nayak) MS 퀀텀 하드웨어 부사장은 “100만 큐비트 규모로 확장 가능한 양자컴퓨터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며 “이 기술이 실현되면 자가 치유 소재, 지속 가능한 농업, 더 안전한 화학 물질 개발 등 다양한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반도체인 인듐비소와 초전도체인 알루미늄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결합해 토포컨덕터라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다. 토포컨덕터는 극저온에서 위상적 초전도성을 유지하면서 고체·액체·기체와 다른 성격을 갖는다. MS는 “이 물질은 새로운 양자 입자인 마요라나 입자(Majorana particle)를 관찰하고 제어함으로써 초소형·초고속·고안정 큐비트를 생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재료”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글로벌 과학 저널인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와 함께 MS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산업 규모 양자 컴퓨팅을 위한 미개척 시스템(US2QC)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US2QC는 실용적이고 내결함성이 높은 양자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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