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가 작곡한 레퀴엠을 다음달 9일 정기연주회 무대(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올린다.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에 쓰이는 진혼곡을 뜻한다.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더불어 대표적인 레퀴엠으로 꼽히는 베르디의 작품은 오페라의 거장 답게 오페라적 특징을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레퀴엠은 일반적으로 총 7~8개의 악장으로 구성되나 베르디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총 10개의 세부 악장으로 확장시켰다. 2악장 ‘속송(복음서 낭독 이후 성가)’ 중 첫 번째 곡인 ‘진노의 날(Dies irae)’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이 곡은 최후의 날에 예수 그리스도가 강림해 죄를 심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르디는 폭발적인 관현악과 합창을 도입해 심판에 대한 공포를 강렬하게 담아냈다.
베르디의 ‘아틸라’를 한국 초연한 바 있는 국립심포니는 다른 오페라나 레퀴엠과는 차별되는 베르디만의 레퀴엠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지휘자로 나서는 로베르토 아바도는 국립심포니와 2023년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를 통해 첫 호흡을 맞췄다. 특히 로베르토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로, 이탈리아 명문 음악가 가문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계승해 베르디 페스티벌, 로시니 페스티벌 등에서 명성을 떨쳐왔다. 솔리스트로는 카롤리나 로페스 모레노(소프라노), 김정미(메조소프라노), 안토니오 폴리(테너), 박재성(베이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며 국립합창단과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참여한다.
국립심포니 측은 “베르디 특유의 오페라적 색채가 담긴 진혼곡을 통해 ‘안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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