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법인 투자 시대의 막을 여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그간 개인투자자 중심이던 시장이 기관·법인 투자 시장으로 확장되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특히 최근 신규 가상자산사업자(VASP)들이 법인·기관 투자자를 겨냥한 특화 서비스로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업계 지형도가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디센터는 법인 시장을 준비하는 VASP 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이들의 비전과 전략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기업 비댁스가 올해 전력질주를 예고했다.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획득한 비댁스는 법인계좌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면서 법인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수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당국이 발표한 법인계좌 허용 로드맵에 제3의 보관·관리기관 활용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수탁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디센터와 만나 "올해는 매우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 고객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수탁 시장에서 비댁스가 선택한 차별화 전략은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 수탁사들이 연간 보관 수수료를 최대 1%까지 책정하는 것과 달리, 비댁스는 해외 업체 수준의 낮은 요율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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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댁스는 가상자산 보관에 그치지 않고 기관 투자가의 효율적인 가상자산 거래를 돕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도 준비한다. 그는 "비댁스에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이용자들이 다른 가상자산 활용 서비스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연결점이 되려고 한다"며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 은행이 예금과 카드, 보험 등 모든 금융의 시작이 되는 것과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일대일 준비자산을 갖춰야 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수탁 수요도 예상되는 만큼 이들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 대표는 국내 법인의 잠재적인 가상자산 투자 수요가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 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는 국내 거래소의 거래량이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인 만큼 법인 투자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년 후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가 실시되면 보다 전문 기관투자가를 통하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법인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인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사업자로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쉽다"며 "단계 사이의 기간이 너무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허용 단계에 맞춰 사업 준비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비댁스는 본격적인 법인 시장 개방에 앞서 이용자자산 보안과 규제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 출신 전문 인력 영입에 적극적이다. 자금세탁방지(AML) 전담 인력 5명, IT 정보보호 인력 3명 등 보안 전문 인력을 대거 확보했다. 류 대표는 "스스로 금융기관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다양한 협력과 행사 참석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가상자산 수탁하면 비댁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끔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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