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코자산운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린 중국·캐나다·미국 등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 결정이 국내외 금융 시장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로베코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은 크게 상승했으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와의 협상을 통해 전면적인 관세 부과를 철회한 점을 고려해 이번 조치도 협상 수단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가 실제로 시행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로베코운용은 현재 미국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은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자산시장 측면에서는 무역이 위축되며 미국 국채 가격 상승과 함께 주식시장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때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중국 CSI300 지수는 20거래일간 약 2% 하락한 바 있다.
한편 로베코운용은 이번 관세 발표로 트럼프 행정부의 중상주의적 성향이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대상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인 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보복성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고 방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등 미국에 호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간의 합의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급자족 성향이 강한 프랑스 등의 국가가 무역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20년 체결된 1단계 무역 협정에서 2000억 달러(약 288조 원)의 추가 수입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로베코운용은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압박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은 내수 경기 부양책을 강화하고 대미 수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했다.
로베코운용은 아울러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 및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세 가지 주요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미국의 소비자들이 수입품 대신 더 저렴한 국내 제품을 구매하거나 수입품의 가격 상승을 감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환율 변동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된다면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입품 가격의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관세 정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지는지에 따라 경제에 대한 영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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