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들의 소비력을 가늠하는 풍향계(bellweather)로 불리는 월마트가 올 회계연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지침을 발표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개인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50.94포인트(-1.01%) 내린 4만4176.6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6.63포인트(-0.43%) 떨어진 6117.52에, 기술주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3.89포인트(-0.47%) 하락한 1만9962.36에 장을 마감했다.
소비와 고용 등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전망과 소식이 주를 이루면서 증시가 힘을 받지 못했다. 특히 이날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는 미국 최대 고용주이자 대표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꺾였다. 다우지수에 포함된 월마트는 이번 회계연도의 매출 성장률이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3~4% 수준이 될 것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의 영향도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밝혔다. 월마트의 주가는 6.53% 하락했다. RJ오브라이언앤어소시에이츠의 디렉터인 톰 피츠패트릭은 “월마트가 나쁜 전망을 제시한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아마도 이것은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말라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의 발표 이후 동종업체인 타겟과 코스트코의 주가도 각각 2.0%, 2.61% 하락했다.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주가도 1.65% 내렸다.
이밖에 팔란티어의 주가 5.22% 내려 하락세를 이어갔다. 앞서 국방 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국방비를 감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 이후 팔란티어의 주가는 하락세다.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선두 주자 오픈AI는 이날 상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픈AI의 사라 파라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와 같은 주식에 지불하는 멀티플을 고려해보면 현재 사람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미래 성장 잠재력 덕분에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우리가 달성하고 있는 규모의 성장률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보드의 1월 경기선행지수(LEI)가 예상치 못하게 위축된 점도 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1월 LEI는 0.3% 하락해 전월 0.1% 상승에서 반전됐다. 시장 전망치는 0.1% 하락이었다. LEI는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제조업 수주, 주가, 소비자기대지수 등 10개 경제 지표를 활용해 경제를 전망하는 지수다. 1월 LEI 하락은 지난 미시간대 소비자기대지수 조사에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콘퍼런스보드의 유스티나 자빈스카-라모니카 수석 매니저는 “소비자들의 미래 경기 전망이 악화한 점과 제조업 부문의 주간 근로시간 감소가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월 15일로 끝난 주에 21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5000건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인 2만5000건을 상회했다. 이는 백악관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 일자리 감축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워치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실업수당 신청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노동시장과 미국 경제의 힘을 약화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4bp내린 4.511%를 기록했다. 오후 5시(현지 시각) 기준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bp(1bp=0.01%포인트) 오른 4.285%에 거래됐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날 장기물 국채 배각을 늘릴 때까지 아주 먼길이 있다고 방송에서 발언한점도 10년물 금리 하락에 기여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코로나19만큼 큰 공급 충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굴스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022년에 기록한 40년래 최고치에서 하락하는 데 큰 진전이 있었지만, 경제 불확실성과 신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지정학적 이슈 등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추가 관세는 코로나 규모의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인 알베르토 무살렘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연준의 주류적 시각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를 향해 계속 내려갈 것이고 노동시장은 완전 고용에 가깝게 유지될 것”이라며 “이 기본 시나리오라면 인플레이션 진전이 보장될 때까지 통화정책은 다소 제한적인 수준이어야 하고, 물가가 목표치로 향해가는 동안 점차 중립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에 대해 “인내심있는 접근 방식”을 권고했다.
가상자산은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9%오른 9만8086.83에 거래됐다. 이더는 0.2% 오른 272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러시아 송유관 피격으로 카자흐스탄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달러 약세가 더해지면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72.25달러 대비 0.32달러(0.44%) 상승한 배럴당 72.5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0.44달러(0.58%) 오른 76.48달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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