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는 200%를 달성해야 ‘성공적인 임무 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생한 사고에 대처를 잘하는 것보다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성공한 경호입니다.”
18년간 거물급 VIP 전담 경호를 맡아온 윤종인 에스텍시스템 보안팀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경호를 하면서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며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윤 팀장은 그동안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잭 도시 트위터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공동 창업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등 수많은 거물급 VIP를 전담 밀착 경호한 베테랑이다. 태권도·합기도·유도 등 각종 무술 유단자이고 특히 주짓수의 경우 10년 이상 수련한 유단자 중에서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획득할 수 있는 블랙밸트다. 무술 실력에 대해 윤 팀장은 “1주일에 3번 도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고 매년 해외에서 열리는 주짓수 국제 대회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상대가 무술 20단이든 30단이든 잡히면 다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VIP의 특성에 따라 경호 방식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버핏이나 도시 등 해외 유명 경영계 인사들은 과장된 모습을 싫어하다 보니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버핏 경호 당시 11명의 팀원이 함께했지만 밀착 경호를 할 수 없어 상당히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특히 2011년 방한 당시 버핏은 일정이 공개되는 것을 상당히 꺼려해 당시 언론사들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고 흘리고 실제로는 전용기로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등 기만 경호를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 버핏과 도시 등의 일정도 당일 나오는 경우가 많아 경호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반면 당시 다바오시장이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들은 바로 옆에서 경호원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부각시켜주기를 원했다. 윤 팀장이 이끄는 경호팀들의 완벽한 경호에 VIP들은 고마움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그는 “버핏은 서울·대구 등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아무런 사고가 없자 한국을 떠나기 전 모든 경호팀원과 일일이 직접 악수를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며 “두테르테도 ‘완벽한 경호였다’며 직접 편지를 써줬다”고 했다.
윤 팀장은 이러한 노하우를 후배 경호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그는 “에스텍시스템에 입사했을 때 정말 멋있는 선배들이 많아 롤모델로 삼고 경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경호 관련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며 “제가 선배들을 보면서 성장한 것처럼 후배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 경험들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가장 우선시하는 경호 교육은 최대한 다치지 말라는 것”이라며 “VIP 신변 보호를 위해 몸으로 막다 다치게 되면 후속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경찰청과 함께 가정폭력, 스토킹, 강력 범죄 피해자 등 보복 범죄 위협에 노출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위험 범죄 피해자 민간 경호’ 업무를 위해 경호 인력 교육 또한 진행하고 있다. 윤 팀장은 올해에도 330명의 경호원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그의 교육을 받은 후배 경호원들은 최근 스토킹 관련 범죄 피해자 경호를 수행하다 거주지 인근에서 피해자를 공격하기 위해 숨어 있던 가해자를 즉각 파악하고 발 빠른 대응으로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가해자를 경찰과 공조해 검거하기도 했다. 윤 팀장은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위기 대응 기술과 실무 감각을 교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18년간 VIP 경호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이제 시민들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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