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매각 명령을 내린 금융 당국을 상대로 거듭 소송을 제기하며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다.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매각에 나서기보다는 이행강제금 부담을 피하려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는 20일 상상인그룹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주식처분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집행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상상인그룹은 작년 12월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달 3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같은 달 21일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업계는 상상인그룹이 이행강제금 부담을 피하려는 ‘시간 벌기’ 차원에서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소 없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존 금융위 명령의 효력이 살아나면서 정해진 기한 안에 두 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한다. 매각 실패 시 달마다 억대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상상인그룹 입장에서는 이행강제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법원 상고까지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송을 통해 시간을 번 상상인그룹은 저축은행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OK금융그룹은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매각가에 대한 양사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져 단기간에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상상인저축은행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그 사이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실적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영업 구역 내 의무 대출 비율 미준수 및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등을 이유로 상상인에 15억 원 2100만 원의 과징금을, 유준원 대표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금융위는 2023년 8월 두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통보했으나 상상인그룹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같은 해 10월 ‘6개월 안에 두 저축은행 지분의 90% 이상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상상인그룹도 곧바로 불복 소송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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