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장기화와 고물가에 빚을 갚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늘면서 정부의 융자 정책자금 부실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자금 부실률이 증가하면서 직접적인 대출 보다 재취업 지원 등 지속가능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공단이 시행 중인 융자 지원사업의 지난해 부실률이 각 15.5%, 4.4%로 집계됐다. 두 기관 모두 집계 이래 최대치다. 정책자금을 3개월 이상 연체했거나 법원 개인 회생 및 파산을 신청한 소상공인·중소기업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특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와 내수 부진 장기화 여파에 저신용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상환 불가능 상태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공의 저신용소상공인융자금 부실률은 19.8%에서 33.8%로 1년 새 크게 늘었다. 소진공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파산 증가 등으로 회생 능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2023년부터 코로나19 기간 대출에 대한 원금 상환일 도래가 겹치면서 부실률이 지속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1조 3000억 원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중소기업들도 경기 부진에 더해 티몬·위메프 사태 등으로 상환 능력에 타격을 입었다. 중진공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중소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하반기부터 정책자금 부실률이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사업별로는 코로나19 피해 등 일시적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들에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의 부실률이 6.3%로 가장 높았다. 중진공이 티메프 사태로 지급한 10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상환 시점이 내년에 도래하면 부실률은 더욱 악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책자금 부실률이 매년 높아지는 가운데 소진공과 중진공은 올해에도 각 3조 7700억 원, 4조 5295억 원 규모의 융자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에 융자 중심의 지원보다는 실질적인 기업 회복을 도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직접대출 위주의 지원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라며 “성장 촉진이나 재취업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관들도 연체 기간에 따른 단계적 관리와 분할 상환 등을 보강해 부실률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고 상환 연장을 촉구하는 등 정책자금 부실률이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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