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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 기초역량마저 中 88-韓 84…전력반도체 등 5대 분야 모두 추월

[중국제조 2025 10년] <2> 韓 앞서간 中 반도체

美 견제 뚫고 은밀하게 두뇌 확보

돈 쏟아부으며 기술력 업그레이드

점조직 꾸려 화웨이 등 물밑 협력

무주공산 '3D D램'까지 선점 노려





“첨단 패키징 분야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앞섰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반도체 기술 수준 심층 분석’ 보고서의 이 같은 평가는 섬뜩하다. 그간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반도체만은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약세인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세계 최강이라던 메모리반도체마저 기초 기술 등 역량이 중국에 이미 추월당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는 중국이 기초 역량뿐 아니라 사업화에서도 한국을 앞서나가 전방위적인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원 제도 개선, 인재 확보는 발등의 불이 됐다.

◇시스템반도체 설계, 中에 완전히 밀렸다=KISTEP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미래 IT 산업의 핵심인 AI 반도체 기술에서 기초 역량 확보부터 사업화 현황까지 중국에 한 단계씩 밀리고 있었다. AI 반도체는 현재 엔비디아가 주름잡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공신경망장치(NPU) 등을 포함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이라는 거대한 족쇄를 달고도 이 같은 성과를 올린 셈이다. 중국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가파른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바 있다. 화웨이는 선도적 지위를 상실했지만 중국 반도체는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화웨이를 등진 인재들은 마치 ‘점조직’처럼 새 회사를 창립하거나 화웨이와 물밑에서 협력하면서 기술과 회사 규모를 키워나갔다. 또 중국은 미국에서 유학한 고급 인력을 흡수하거나 현지 연구기관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지원하면서 반도체 ‘붐’을 일으켰다. 최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중국의 딥시크 추론 모델인 ‘R1’에도 화웨이의 AI 칩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반도체 올림픽 ‘ISSCC 2025’에서는 중국 논문이 92개나 채택돼 미국(55개), 한국(44개)을 가볍게 제쳤다. 논문 심사에 참여했던 민병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그간 중국 논문의 질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정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 역시 생산능력을 계속 끌어올려 중국 설계 업체들의 반도체 내재화에 힘을 싣고 있다.

◇메모리 사업화도 초접전기초 역량은 추월=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 메모리반도체 1·2위 회사를 보유한 한국은 이 분야마저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사업화 역량 평가에서 중국보다 0.5%포인트 앞선 93.2%를 기록하며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메모리 기초 기술 확보에서는 중국이 94.1%로 이미 한국보다 3.2%포인트 앞서며 미국(98.2%)에 이은 2위였다.

실제 중국 메모리 업계는 무서운 속도로 한국의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메모리 회사인 CXMT는 올해 4분기 월 30만 장의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대비 42%나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반도체 고급 인력을 고액 연봉으로 은밀히 스카우트하며 메모리 기초 역량을 키우기도 한 중국은 메모리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뒤집기 또한 노리고 있다. 기존 2차원(2D) D램과는 아예 구조가 다른 3차원(3D) D램 분야를 노리는 것인데 삼성·SK·마이크론 등 D램 3강 기업 모두 개발이 완료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중국의 추격에 대응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메모리까지 고급 인력과 기술 확보에 전방위적 투자가 불가피해졌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대규모 인력과 엄청난 내수 시장을 따돌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일당백’을 할 수 있게 파격적 교육 지원과 보상 등 국가 시스템을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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