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옛 상업과 한일은행 통합 이후 입사한 직원을 대상으로 1박2일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금까지는 계파에 따라 은행이 둘로 쪼개져 있었지만 통합기수 이후부터는 이 같은 갈등 없이 하나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상업·한일은행 동우회 통합에 이어 또 한번의 조직문화 쇄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은행은 이달부터 같은 입행 사번 직원끼리 진행하는 1박 2일 합숙 ‘우리! 다시 시작’을 가동했다.
연수 대상은 2002년부터 2014년 사이 우리은행에 들어온 직원 총 4700명이다. 연수는 7월까지 총 37회에 걸쳐 이뤄진다.
이번 연수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년 넘게 지속돼 온 은행 내 계파 문제를 없애고 직원들의 초심을 되찾게 하자는 게 목적이다. 연수 대상인 입행 10년 이상의 통합 세대는 현재 과장~부장급으로 우리은행의 주축이자 성장 동력이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해 출범했다. 이후 인사 때마다 임원 자리와 인사부장 같은 핵심 부장자리를 출신별로 나눠서 배치할 정도로 내부 정치가 극심했다.
정 행장은 이번이 우리은행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소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정 행장은 2001년 5월부터 8월까지 이뤄진 옛 한빛은행(통합 우리은행의 전신)의 백두대간 대장정에서 착안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덕훈 전 행장은 상업·한일은행 통합과 지주회사 설립 등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해 약 8000명의 직원과 백두대간 릴레이 대장정을 시행했다. 은행권에서는 대표적인 조직문화 쇄신 작업으로 꼽힌다. 이번 합숙 연수는 24년 만에 ‘제2의 백두대간 대장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셈이다.
연수에서는 은행의 핵심 가치를 점검하고 다짐을 작성하는 등 입행 당시 초심을 되찾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임원과 함께하는 만찬 △힐링 클래스(향기 요법·실내장식 소품 제작·생성형 인공지능(AI) 강의·기념 사진 촬영 등 동기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됐다.
해외 파견자 같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연수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우리카드 등 현재 다른 계열사로 파견나가 있는 우리은행 입행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연수를 다녀온 우리은행 직원은 "힘들 때마다 동기들과의 시간을 생각하며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동안 바빠 중단됐던 동기 모임을 부활하고 단체 대화방도 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준비된 연수를 모두 마친 뒤 피드백을 통해 연수를 정례화해 입행 10년마다 특색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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