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인도 시장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이 2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인도 법인을 연구개발(R&D)과 제조 시설을 완비한 종합 거점으로 육성해왔는데 프리미엄 가전과 스마트폰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실적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가전과 스마트폰 현지 판매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지난해 매출 17조 490억 원, 순이익 1조 4084억 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22% 각각 증가했다. 특히 2023년 순이익(5085억 원)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었다.
인도는 삼성전자의 다른 해외 법인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대 해외 법인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6.2%, 27.6% 줄었고 중국과 유럽 법인도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최근 2년간 누적 순익을 따져보면 인도 법인이 2조 5000억 원으로 2조 원대 초반인 북미와 중국 법인을 제치고 1위다.
인도 법인의 수익성이 빠르게 높아진 것은 최근 인도 시장에서 20~30대 위주로 프리미엄 가전과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전년 동기(22.6%)보다 0.2%포인트 오른 22.8%로 1위다.
인도 법인 매출 증가는 같은 시기 판매량이 1.7%포인트 하락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는 박리다매식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보다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늘었다는 의미다. 인도 가전 시장에서는 2017년부터 1위에 오른 TV를 위주로 삼성이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모도인텔리전스는 인도 가전 시장이 2029년까지 연평균 5.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수년간 제품 현지화와 고객 접점 확대를 집중 추진한 것도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중저가형 스마트폰을 주로 생산하던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처음으로 갤럭시 S23 시리즈의 초도 물량을 생산했다. 이 시기 뉴델리와 콜카타 등에 체험형 매장을 열며 700개가 넘는 현지 판매망 또한 구축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인도를 방문해 “인도는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마케팅 강화를 주문했다.
연내 인도 법인 상장(IPO)을 추진 중인 LG전자(066570) 역시 현지에서 빠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인도 법인 매출은 2018년 2조 4703억 원에서 2023년 3조 3009억 원으로 5년 새 33.6% 늘었다. 지난해 매출도 4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향후 주력인 가전 사업뿐 아니라 기업간거래(B2B)와 에듀테크·구독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인도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정체된 상황이어서 기업들이 인식하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더욱 커졌다”며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에 따른 대안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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