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그룹 중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호실적과 함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KB금융(105560)을 추격하고 나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전 거래일과 동일한 12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신한지주(055550)가 0.94% 내린 4만 72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시가총액 순위가 뒤집혔다. 메리츠금융의 시총은 23조 8400억 원으로 신한(23조 7626억 원)을 774억 원 앞섰다. 금융 업종 가운데 시총 1위인 KB금융과의 격차는 8조 4293억 원으로 지난해 2월 28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2월만 해도 메리츠금융 주가는 4만 3600원에 그쳤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2월과 5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폐지시키고 메리츠금융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호평을 받은 것이 주가 상승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밸류업 바람을 탄 금융주 상승 분위기에 10월 시총 20조 원을 돌파하며 삼성생명(032830)을 누르고 3위가 됐고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이달 21일에는 장중 최고인 12만 7200원까지 찍었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사장은 “15만 원까지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선진화된 지배구조와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주가 상승 랠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맞춰 주주 환원을 확대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메리츠금융은 밸류업 계획 공시 이후 이날까지 주가가 49.88%(2024년 7월 4일 종가 대비) 증가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7월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주주 환원’을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매 분기 이행 결과를 공시하고 있다. 실제 2024년 메리츠금융의 주주 환원율은 53.1%로 전년(51.2%) 대비 1.9%포인트 상승하며 2년 연속 50%를 웃돌았다. 반면 지난해 신한의 주주 환원율은 39.6%, KB금융은 39.8%로 메리츠금융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다.
여기에 총주주수익률(TSR)을 주주 환원 핵심 지표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자기자본비용(COE) 등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메리츠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목표 및 절차가 명확하고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있어 A+ 학점을 부여한다”며 “모든 상장사가 메리츠금융에 주주 평등 원칙을 배워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메리츠금융 지분율이 51.25%인 조 회장은 일찌감치 자식에게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신임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 덕에 조 회장의 이날 기준 주식평가액은 12조 2183억 원으로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격차가 1조 원가량으로 좁혀졌다. 약 1년 반 만에 3배나 상승한 것이다.
주주 환원에 대한 진정성은 외국인투자가의 수급에서도 희비를 갈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KB금융과 신한금융을 각각 4309억 원, 1751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메리츠금융 역시 327억 원 순매도했지만 앞선 두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본비율이나 성장률 관리가 용이해야 주주 환원 강화 여력이 커진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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