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팹)이 첫 삽을 떴다. 2019년 120조 원을 투자해 공장 4개를 세운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지 6년 만이다. SK(034730)하이닉스는 차세대 생산 거점을 활용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리더십을 탄탄히 다지며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을 착공했다고 25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애초 다음 달 착공을 계획했지만 용인시가 예정보다 이른 이달 21일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점을 앞당겼다. 용인시는 지난해 4월 SK하이닉스와 ‘생산라인 조기 착공 추진과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건축허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냈다.
용인시 원삼면 일대 415만 ㎡(약 126만 평) 규모의 부지에 구축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SK하이닉스 팹(약 60만 평)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협력화단지(14만 평), 기반 시설(12만 평) 등이 들어선다.
SK하이닉스는 모두 4기의 팹을 차례로 짓는다. 1기 팹의 준공 목표 시점은 2027년 5월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1기 팹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9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1기 팹 착공에 맞춰 시공(플랜트 건축·설비·전기·기계·배관)과 사업관리, 안전관리 등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경력 사원 채용도 진행했다.
팹이 완성되면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HBM 등 AI 반도체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기 팹 안에는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실증, 평가를 지원하는 ‘미니팹’도 구축된다. 미니팹은 300㎜ 웨이퍼 공정 장비를 갖춘 연구시설이다. 소부장 협력사들은 실제 생산 현장과 유사한 환경의 미니팹에서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국내 대학과 소부장 기업들은 실험 장비나 클린룸 등 인프라가 부족해 연구개발(R&D)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SK하이닉스의 1기 팹이 소부장 기업들의 혁신을 이끌어 공급망 경쟁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3년 9월 부지 조성 작업 중인 용인 클러스터 현장을 방문해 “용인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 역사상 가장 계획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라며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는 것 이상의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1기 팹이 첫 삽을 뜨기까지는 꼬박 6년이 걸렸다. 2019년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며 글로벌 기업마다 시설 구축에 나선 가운데 SK하이닉스 역시 청사진을 일찌감치 제시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과 지역 주민 토지 보상,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허가 지연에 발목이 잡혔다.
한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스스로를 경계할 시점”이라며 “리더들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용기를 갖춰 해법을 찾아내 돌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의 당면 과제로 △반도체 사업의 지속적인 혁신 △배터리 밸류체인(공급망)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 △재무 건전성 지속 강화 △리더들의 ‘기본과 원칙’ 리더십 복귀 등을 꼽은 최 의장은 “솔선수범 리더십과 SKMS(그룹 경영철학) 회복을 바탕으로 성과를 실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협의기구로 매월 한 차례 모여 그룹 내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는 장용호 SK㈜ 최고경영자(CEO)와 박상규 SK이노베이션(096770) CEO,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유영상 SK텔레콤(017670) CEO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참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