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사랑은 결코 나약함이 아닙니다. 진정한 힘입니다. 온유한 사랑으로, 용기로 이 싸움을 이어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년간 직접 집필한 자서전 ‘희망’이 국내에서 출간된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교황 자서전이기도 하다.
가톨릭출판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초 공식 자서전 ‘희망’이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동시 출간되고 국내에서는 다음 달 13일부터 공식 판매된다”고 25일 밝혔다. 출판사 측은 “당초 자서전은 그의 사후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희년(안식년이 7번 지난 후 50년마다 돌아오는 특별한 해)을 맞아 올해 출간이 결정됐다”며 “희망이 필요한 이 시대에 전 세계인들이 사랑과 용기를 품고 살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예약 판매는 다음 달 3일부터다.
그동안 기도서 등을 내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서전을 쓰기로 한 이유는 자신이 삶에서 체험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제 인생을 엮은 이 책은 희망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자서전에는 교황의 유년시절부터 예수회 공동체에서 열정적으로 펼쳤던 사목 활동, 교황 선출 직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교황 재임 중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노력한 이야기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스토리들도 촘촘히 담겨 있다. 본명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인 그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조부모와 부친은 수많은 이탈리아인들처럼 험난한 이주와 정착 과정을 겪었다. 어릴 적 이를 보고 자란 교황은 ‘나 역시 오늘날 버림받은 이들 중 하나가 됐을 수 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난민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소탈하고 솔직한 성격이 드러나는 일화나 생각들도 자서전에 고스란히 담았다. 교황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로 야외에서 피자 먹는 일을 꼽기도 했다. 그는 “추기경 시절에도 지하철을 종종 타고 다녔다”며 “어떤 이들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차를 타라고 권했지만 걷기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걸어다녔다”고 회상했다. 그는 “도시의 모든 것이 좋다. 거리와 광장·선술집도 좋고, 특히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피자는 배달 피자와 비교할 수 없다”며 “나는 뼛속까지 도시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빈자의 친구’라는 별명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젊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사회의 어른으로서 불안한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그는 “우리는 젊은이들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그들의 절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 진지하게 대하지 않은 것, 가슴에 불을 지피지 못한 것은 자신을 비롯한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교황은 온유함과 겸손을 강조하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실천하고,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이라고 표현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서 더 나은 길을 가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건강이 악화된 교황은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준비 상황도 담담히 소개했다. 그는 “교황 장례 예식이 너무 성대해서 담당자와 상의해 간소화하기로 했다”며 “화려한 장례 제대도, 관을 닫는 특별한 의식도 없애기로 했다”고 전했다.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마지막 당부다.
한편 폐렴으로 11일째 입원 중인 교황은 병세가 여전히 위중하나 다소 호전됐다고 교황청이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외신들은 이날 교황청 소식통을 인용해 “교황의 의식이 또렷하고 병실 내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으며 정상적으로 식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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