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을 기록해 9년 만에 반등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급감했던 혼인 건수가 회복되고 30대 초반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4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집계돼 9년 만에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후 8년 연속 하락해 2023년 0.72명까지 떨어진 바 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15~49세)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증가세 전환에도 불구하고 0.75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1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8300명(3.6%) 늘면서 마찬가지로 9년 만에 증가세에 접어들었다.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간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30만 명대로, 3년 뒤인 2020년 20만 명대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23만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통상적인 연간 흐름과 달리 4분기 출생아 수가 2분기보다도 많았다. 분기별 출생아 수는 △1분기 6만 568명 △2분기 5만 6892명 △3분기 6만 1242명 △4분기 5만 9641명 등이었다.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는 1만 8192명이다.
출생아 수가 늘어난 데는 혼인 증가, 인구구조 변화, 가치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혼인 건수는 22만 2422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9% 늘었다. 이 같은 연간 혼인 증가율은 1970년 연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수치다. 비혼 출산이 적은 한국 사회 특성상 혼인 증가는 출산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
혼인 건수 증가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혼인이 지연됐던 기저 효과가 작용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혼인은 21만 3502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7% 줄어든 후 2021년(-9.8%), 2022년(-0.4%) 감소세를 이어오다 2023년 1.0% 소폭 반등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1990년대 초반생이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 연령대에 진입하게 된 인구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 후반(1986~1990년)에는 매년 62만~64만 명대가 태어났지만 1990년대 초반(1991~1995년)에는 출생아 수가 70만~73만 명대로 늘었다. 다만 1996년 출생아 수가 60만 명대로 접어들고 이후 다시 감소세를 이어간 만큼 인구구조가 출생아 수 증가에 미치는 효과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크다. 30대 초반인 1990년대 초반생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2차 에코붐 세대’라고도 불린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출산 증가에는 30대 초반 인구 증가의 영향이 있었다”며 “2027년부터는 이런 영향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출산율 증가에 한몫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자녀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올해 출생아 수는 25만 명대로 예상된다”며 “합계출산율은 0.79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출생 통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결혼·출산·양육 친화적 환경과 사회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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