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바이올린 4개 음 중에서 어떤 음이 약하게 소리 났죠?”
“비올라 파트가 더 균형 있는 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지휘 펠로십’ 리허설에서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은 젊은 지휘자들이 악절을 마칠 때마다 날카로운질문들을 쏟아냈다. 서울시향은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차세대 지휘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중 일부를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츠베덴 감독은 젊은 지휘자들이 고난도 작품으로 알려진 ‘바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지휘하는 모습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가르쳤다. 그는 또 만족스러운 대답과 연주가 나올 때까지 반복을 거듭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휘자는 모든 악기의 연주 기법과 디테일을 깊숙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가 지휘자를 리드하게 하지 말고, 지휘자가 악단을 이끌어야 합니다.”
서울시향의 지휘 펠로십이 특별한 이유는 3일 내내 전체 참가자들이 함께 리허설에 참여하고, 최종 선발을 통해 실전 공연 기회까지 주는 ‘오픈 오디션’ 형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1대 1 교습으로 짧은 시간 이뤄지는 ‘마스터 클래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휘 펠로십’은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난해 공식 취임하면서 후진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서울시향은 올해 재단 설립 20주년·창단 80주년에 걸맞은 특별 프로그램으로 채택해 진행하기로 했다. 츠베덴 감독은 “거스 히딩크 축구감독이 ‘우리가 아는 것과 경험한 것으로 새로운 세대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후배 지휘자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선배 지휘자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향의 지휘자로서 좋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만큼 재능 있는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 8명 모두 1990년 이후 태생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부지휘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그중 한 명인 최재혁 지휘자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와 마이스터에게 장시간 배우고 실제 무대까지 설 수 있는 이 같은 조건의 클래스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소중한 기회”라며 “마치 축구선수를 꿈꾸는 어린이가 손흥민에게 직접 배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박근태 지휘자는 “내가 원하는 사운드가 100% 나올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파고들라는 가르침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3일간의 리허설을 거친 뒤 최종 선발을 통해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실제 공연의 지휘를 맡게 된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연주곡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총 세 곡이다. 최종 우수 참가자는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선임될 수 있는 특전도 주어진다.
츠베덴 감독은 “책상 앞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것과 실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며 “지휘자는 관객, 단원, 동료 등 외부로부터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펠로십 참가자는 △김리라(前 네덜란드라디오필하모닉 부지휘자) △김준영(現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립극장 제2카펠마이스터) △김효은(現 독일 프랑크푸르트 극장 객원지휘자) △박근태(現 베를린노이에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송민규(前 국립오페라단 펠로십 지휘자) △신주연(現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펠로우지휘자) △최재혁(前 베르비에페스티벌오케스트라 지휘펠로우) △해리스 한(現 피에르몽퇴페스티벌 부지휘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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