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상장사 네 곳의 주가가 1년 새 반 토막 나면서 실질적 지주사인 애경자산관리의 자금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애경그룹은 계열사 주식담보대출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다. 주담대 만기가 잇달아 돌아오는 상황에서 상장사 주가 부진이 계속될 경우 자금 마련 난도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자산관리는 이달 2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제주항공(089590)(1.36%)과 애경산업(018250)(1.81%) 주식을 담보로 각각 40억 원씩 총 80원의 주담대를 받았다.
제주항공 주담대는 케이프투자증권 대출로 이자율 5.6%에 담보유지비율은 160%다. 통상 주담대 만기는 1년이지만 제주항공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3개월(올 5월 21일까지) 단기 대출을 받았다. 애경산업 대출은 하나증권이 담당했다. 이자율 5.2%에 담보유지비율은 160%고 역시 3개월(올 5월 25일까지) 단기 대출이다.
애경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애경자산관리의 잇단 대출을 두고 시장에서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보유 계열사의 주담대로 운영자금을 조달해왔던 애경자산관리가 그룹사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을 하회하면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주담대는 대출 실행 시 주가에 따라 담보 비율을 정하는데 주가가 떨어져 담보 비율을 하회할 경우 추가 담보 요구(마진콜)나 반대매매(강제매각)를 당할 수 있다.
애경그룹 상장사 네 곳(AK홀딩스(006840)·애경산업·애경케미칼(161000)·제주항공) 주가 모두 하나같이 부진하다. 최근 1년 내 고점 대비 반 토막난 것은 물론 지난해 말 여객기 참사 후 추가 하락한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애경자산관리는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애경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애경자산관리(지분율 100%)→AK홀딩스(최대주주 18.91%)→사업 회사(제주항공·애경산업·애경케미칼 등)’로 이뤄져 있다. 애경자산관리의 총 주담대 규모는 665억 원이다. 애경산업(392억 원), 제주항공(173억 원), AK홀딩스(100억 원) 순으로 담보가 잡혔다. 이 중 절반가량의 만기가 다달이 돌아오고 있다. 3월(10억 원), 4월(200억 원), 5월(90억 원) 등 총 300억 원이다.
애경그룹은 AK홀딩스의 자금 마련 통로로 4000억 원대 주담대를 활용하고 있다. 그룹사 주가 부진이 심화할수록 자금 압박이 커지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AK홀딩스는 지난해 순적자(241억 원)를 기록했는데도 52억 원(1주당 400원)을 배당하는 등 주가 부양에 애쓰고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부동산 등 그룹 우량 자산이 충분한 만큼 차환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로 저평가 상태이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따라 배당성향도 높이고 있어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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