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 전기차 시장의 메기가 될까.
지난달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자 시장에선 기대감과 의구심이 교차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와 자웅을 겨루는 BYD가 ‘싸구려’ ‘저품질’ 등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지 물음표가 쏟아졌다.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BYD가 한국 공략 ‘선봉장’으로 내세운 아토3를 직접 타봤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토3는 국내에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 등 총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판매 가격은 각각 3150만 원, 3300만 원으로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2900만 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급 차량인 기아 EV3(최상위 트림 4043만 원)보다 1000만 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 진입 문턱을 낮췄다.
아토3 외관을 보면 용 한 마리를 연상하게 한다. 양쪽으로 뻗은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용의 눈매를 표현한 듯 하다. 헤드 램프부터 테일 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곡선미를 강조한 인상을 받는다. 차량 측면의 D필러는 용의 비닐을 형상화했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후면부 테일램프는 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디자인을 적용해 작은 차체를 넓어 보이도록 했다.
차량 내부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아토3 축간거리는 2720㎜로 현대차의 준중형 SUV인 투싼(2755㎜)과 비슷하다. 긴 축간거리를 토대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2열에서도 좁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키 175㎝인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 무릎 앞으로는 주먹 3개, 머리 위로는 주먹 1개 반 정도의 공간이 남았다.
1열 중앙의 12.8인치 회전식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모은다. 주행 중 운전대 왼쪽에 위치한 버튼 하나로 가로 또는 세로로 조정할 수 있다.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는 화면을 세로로 설정해 네비게이션 시인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운동기구인 아령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통풍구나 악력기를 닮은 문 손잡이는 ‘투 머치(Too much)'다. 전기차가 단순 이동 공간을 넘어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시장 흐름을 충분히 담아내진 못했다. 기타를 옮겨 놓은 듯한 도어 포켓도 마찬가지. 아토3 내부는 피트니스와 음악을 콘셉트로 스포티함과 리듬감을 살리고자 했다는 것이 BYD 측 설명이다.
도로 위에선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돋보였다. 도심에서 주행할때 노면 소음이나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출·퇴근용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운전자는 필요에 따라 회생제동 강도를 보통 또는 높음으로 조절 가능하다. 보통으로 설정하면 전기차 단점인 꿀렁거림을 최소화해 편안한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토3에는 BYD에서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창문 열어’, ‘온도 낮춰줘’와 같은 단순 명령어만 인식·수행하는 데 그쳤다. 음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거나 주변 충전소 위치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기아 EV3의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운전 편의성을 높인 만큼 대조를 이룬다.
아토3는 60.48㎾h 용량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했다.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21㎞(복합 기준)로 도심 주행으로는 충분하지만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충전소에 들러야 한다.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 20%에서 80%까지는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안전에는 각별한 신경을 썼다.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후방 충돌 경고 등의 기능은 기본 사양에 포함됐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갈때 또는 좁은 골목을 지날 때 360도로 차량 외부를 보여주는 3D 서라운드 뷰 기능을 활용하면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
첫 질문으로 돌아와 답을 하자면 아토3는 3000만 원 안팎의 예산으로 패밀리용 또는 입문용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아토3만으로 중국 브랜드에 대한 편견을 온전히 떨쳐내는데 한계는 있어 보인다. BYD코리아는 향후 중형 전기 세단 씰과 중형 전기SUV 씨라이언7을 선보이며 국내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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