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떨어진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전략적인 자산 분배를 통해 견조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장기적인 시장 흐름이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금융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 증대와 여러 가지 변수가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관심이 집중되는 거시적 테마로는 주식-채권 상관관계의 정상화를 들 수 있다. 두 자산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래 상승과 하락을 함께 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가 다시 안정 국면에 들어서며 다시 전통적인 음의 상관관계로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매우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수익률 곡선의 변동성이 심해지고 기울기가 가팔라지며 정상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탈(脫)세계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 시장은 중국의 장기적 경기둔화와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같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 기회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도 시장은 여전히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보이고 있으며 첨단 제조업 섹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신흥국 시장은 고성장 수혜 이점이 감소하긴 했지만 경제적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갖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음으로 현재 급성장 중인 사모 신용 시장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모 신용 시장은 전통적인 자산군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향후 수익률이 더욱 상승할 여지가 있어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삼을 만하다. 단기적으로는 드라이파우더(사모펀드가 투자 목적으로 모금했지만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은 자금) 확충과 금리 인하 등의 이슈로 수익률이 준 데다 현재 디폴트(채무불이행) 확률이 역사적 평균을 상회할 수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주목해야 할 테마다. AI는 과거 내연기관의 발명이나 컴퓨터의 도입이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과 수익성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단, 이러한 혁신은 본격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기 전 답보 상태를 보이는 이른바 ‘J커브’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지난해 이후 기후 위험 또한 중요성이 계속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 수해 등의 물리적 리스크와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리스크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앞서 살펴본 테마들이 실제로 투자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줄 것인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예상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전략을 설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적절하게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변동성을 헤쳐 나갈 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예측하되 속단하지 말고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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