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8만 5000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며 하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1억 2000만 원대 지키기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2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10시 20분 기준 1개당 8만 48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약 4%가량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 전인 25일 9만 달러선이 무너진 이후 8만 20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8만 5000달러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10만 9000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25%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업비트에서는 1억 2370만 원에, 빗썸에서는 1억 236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당시 1억 원 이하로 순간 급락한 이후 최저가다.
이같은 하락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동맹국과 지정학적 경쟁국에 대한 트럼프의 전투적인 입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고,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가상화폐 유동성 공급업체 컴벌랜드 랩스의 리서치 디렉터 크리스 뉴하우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시장 전망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고 단기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시장에 주의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1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비트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도 투자 심리를 쪼그라들게 했다.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고로 바이비트에서 14억 6000만 달러(약 2조 1000억원)의 이더리움이 탈취됐다.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10억 달러 이상이 인출됐다. 지난해 1월 ETF가 출시된 이후 가장 큰 유출 규모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미 대선 직전인 7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옵션 거래소 더빗에 따르면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옵션 중 7만 달러에 베팅하는 계약이 두 번째로 많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7만 달러까지 떨어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또 28일에는 총 49억 달러 규모의 옵션 계약들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알트코인 가격도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은 24시간 전 대비 5.5% 떨어진 2300달러대를 기록 중이며 엑스알피(XRP·옛 리플),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24시간 전 대비 3~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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