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반도체 장비 제조사 HPSP의 인수 후보 숏리스트가 4개사로 추려졌다.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털, 블랙스톤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포함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PSP 최대주주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매각 주관사 UBS는 최근 숏리스트 4개사를 선정하고 이들에 실사 기회를 부여했다. 또다른 글로벌 대형 PEF인 칼라일과 KKR은 초기 투자 검토 후 인수전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나머지 1개사도 투자자를 확보한 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은 크레센도가 보유한 지분 40.8%다. 매각 측은 실사 기간 종료 후 3~4월 쯤 본입찰을 실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연내 최종 매각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크레센도는 매각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 원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측에서는 현 HPSP의 시가총액이 2조 원대 중반 수준이라는 점과 최근 실적 등을 고려해 이보다 낮은 가격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800억 원, 영업이익은 900억 원대 초반일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65억 원이었다.
HPSP는 반도체 열처리 공정에 사용되는 첨단 미세공정 장비 제조사다. 2005년 풍산의 마이크로텍 장비사업팀으로 시작돼 2017년 분사 후 크레센도에 매각됐다. 당시 매각가는 100억 원대였다. 크레센도가 조단위 매각에 성공하면 국내 사모펀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선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털이 타 경쟁사 대비 인수 의지가 다소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모두 반도체 관련 기업 경영권을 보유중인데 HPSP 인수 시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일본 반도체 기판 제조사 FICT를 약 9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FICT는 1967년 후지쯔(Fujitsu)의 회로기판 사업부로 출범해 이후 독립한 곳이다. 현재 고밀도 회로기판, 반도체 관련 인쇄회로기판(PCB), 정밀 가공 등 3개 사업 부문을 두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세계 3위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일본 키옥시아(Kioxia)의 최대주주다. 키옥시아는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에서 지난 2018년 분사해 탄생했다. 이듬해 사명을 키옥시아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베인은 SK하이닉스와 손잡고 키옥시아를 인수했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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