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다음 달 개막되는 가운데 중견 제약사들이 잇달아 수장을 교체한다. 새로운 사령탑에 오를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연구개발(R&D)에 힘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복제약 같은 저부가가치 의약품 보다 새로운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고수익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이 읽혀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001060)은 다음 달 26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함은경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함 총괄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하면 기존 신영섭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함 사장이 JW중외제약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JW중외제약의 사상 첫 여성 리더가 된다.
함 사장은 현재 그룹의 최고개발책임자(CDO)를 겸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JW중외제약의 R&D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영섭 대표는 마케팅·영업 분야에 집중하고, 함 사장은 전문 역량을 발휘해 신약개발 등 R&D 강화에 힘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JW중외제약은 최근 R&D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2022년까지 한 자릿수를 이어오다 2023년부터 10% 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R&D 비용으로 590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3분기 누적 매출 5315억 원 대비 11.2%에 해당하는 수치다. 매출 대비 R&D 비율이 11%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핵심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통풍 치료제 '에파미뉴라드(URC102)'는 연내 국내 임상 3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윈트(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 고형암 치료제 ‘JW2286’, 통풍 치료제 ‘에파미뉴라드’ 등도 개발하고 있다.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005500)도 대표 교체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다음 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최용주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루지 않는다. 2019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 대표는 6년 만에 물러날 전망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최 대표는 임기만료에 따라 등기이사 직에서 내려오지만 지금처럼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회사 미래 경영 안정에 힘쓸 것”이라며 “대표 선임은 3월 21일 주주총회 후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진제약이 오너 2세 공동대표 경영체제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968년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 창업한 삼진제약은 57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21년 조 회장과 최 회장이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삼진제약 2세들은 모두 이사회에 합류했다. 최지현 사장, 조규석 사장, 조규형 부사장, 최지선 부사장이 모두 사내이사다. 최지현 사장과 최지선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차녀이고, 조규석 사장과 조규형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차남이다. 업계에서는 최지현 사장과 조규석 사장이 공동대표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사장은 현재 영업·마케팅·R&D를 총괄하고 있고, 조 사장은 경영관리와 생산을 맡고 있다. 조 사장과 최 사장은 2023년 나란히 이사회에 진입했다.
삼진제약 역시 R&D 강화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하며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입하고 있다. 특히 SK케미칼 출신 이수민 연구센터장을 2022년 영입한 이후 R&D에 집중하며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활발히 가동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연구를 시작한 과제만 18개에 달한다. 항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알레르기, 항혈전·색전증, 당뇨 등 분야도 다양하다.
삼일제약(000520)도 다음달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영입한 신유석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오너 3세 허승범 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 돌입했지만, 6개월 만에 다시 전문경영인과의 공동 리더십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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