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15% 수익률로 국내외 주요 연기금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과 금리 효과,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탄 해외시장에서 높은 투자 수익률을 거둬들인 덕분이다. 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시장 전반이 무너지면서 마이너스를 피하지 못했다.
28일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잠정 15.00%의 수익률로 기금 적립금 1213조 원, 수익금 160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연기금들의 수익률은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N) 국내 기준 7.6%, 해외 기준 13.1% △네덜란드 연기금(ABP) 8.6% 등이다. 매년 3월 말에 1년 치 결산을 하는 일본 정부 연기금 투자기금(GPIF)과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 Investments)는 10%대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외 기타 미국과 호주·영국·스웨덴 등도 10% 안팎 수준으로 파악됐다.
수익률을 자산별로 살펴보면 해외 주식 34.32%, 해외 채권 17.14%, 대체 투자 17.0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 헤지를 하지 않는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14.01% 오른 효과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해외 자산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구체적으로 해외 주식은 미국 증시의 기술주 중심 상승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다만 해외 주식 기준수익률(벤치마크)인 35.37%보다는 0.83%포인트 낮았다. 이는 시장 전체 상승세에 비해 국민연금이 스스로 사고팔기를 선택한 액티브 전략에서 시장 상승세보다는 다소 낮았다는 의미다.
해외 채권 역시 기준수익률(18.16%)보다는 0.5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국내 주식과 채권에서는 시장보다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 수익률은 -6.96%를 받았지만 기준수익률인 -7.71%보다는 0.76%포인트 높았다. 국내 채권도 기준수익률보다 0.11%포인트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기금 설치 이후 수익률은 연평균 6.82%를 기록했다. 2023년 말 누적 기준 5.92%에 비해 1%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를 때 기금 고갈 시기는 5~6년가량 늦춰지는 효과가 있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연금 고갈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역대급 성과를 낸 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김태현 이사장과 서원주 기금이사(CIO)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 계엄과 탄핵 등으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결과라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장기 투자에 적합한 방식인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한 뒤 해외 부동산 등 수익률이 높은 대체 투자 분야 등 다양한 투자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미 대선 및 국내 정치 불안정 등 어려운 투자 환경에도 2년 연속 최고의 성과를 냈다”며 “국내외 자산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운용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우량 투자 기회 발굴, 해외 사무소 기능 강화 등 기금 운용 인프라를 꾸준히 개선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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