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를 벌리며 상장지수펀드(ETF)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기간 동안 파킹형 상품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ETF 점유율 하락세로 지난해 말 대표와 ETF 수장 교체를 단행했던 삼성운용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외 증시 불안이 확대된 상황에서 ‘단기 자금 피난처’ 역할을 하는 파킹형 ETF를 앞세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12월 27일까지 파킹형 상품인 삼성운용의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 5959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5일까지 ‘KODEX CD금리액티브’도 2451억 원어치 매수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4분기 동안 펀드와 ETF 모두 포함해 삼성운용 상품을 2조 9643억 원어치 매입했는데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2조 638억 원) 대비 30% 많은 수치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초단기 채권과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등 머니마켓펀드(MMF)의 운용 방식을 기반으로 설계된 ETF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단기 금융상품의 이자를 반영해 매일 복리로 수익을 제공한다.
삼성운용은 지난해 12월 ETF 시장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 교체를 단행하며 신발끈을 고쳐 맸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사를 두루 거친 ‘증권맨’ 서봉균 전 대표가 물러나고 김우석 전 삼성생명 부사장이 대표로 새로 취임했다. 삼성생명 임원 출신이 삼성운용 대표를 맡는다는 관행이 부활한 셈이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해 12월 ETF 사업 부문을 이끌 수장에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선임했고, 빠르게 순자산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2조 420억 원이었던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의 순자산은 지난해 말 3조 9764억 원으로 한 달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지난해 12월 9일 기준 1.31%포인트까지 좁혀졌던 미래에셋운용과의 격차도 지난해 말 기준 2.08%포인트로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에는 올 들어서 1조 5276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KB운용의 ‘RISE 머니마켓액티브’(3657억 원)의 순유입액 대비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에 미래에셋운용과의 순자산 격차도 올 들어 5조 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다만 수익률의 경우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85%로 동일 유형의 하나(1.88%), KB(1.87%), 한화(1.87%), NH아문디(1.87%) 상품에 밀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 확정 이후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투자 자금이 파킹형 상품에 몰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지급 준비금 같은 여유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놓고 굴려왔던 건 흔한 일”이었다며 “단순 펀드로 갔던 자금이 ETF로 옮겨진 것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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