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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우 새 간판된 獨 Afd, 일시적 현상 아니다?[데이터리포트]

독일 총선서 돌풍 일으킨 극우 AfD

20.8% 득표하며 원내 2당에 등극

독일 경제 침체에 반난민 정서 덕분

'구조적 위기' 처한 독일 경제·정치

민주주의 통해 헤쳐나가는 과정 주목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유럽 유권자들이 장탄식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날은 독일 연방의회 총선이 치러진 날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직전 총선 지지율의 2배인 20.8%를 득표하면서 원내 2당에 올랐습니다. 독일 극우 정당으로선 나치가 패망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성과입니다. 독일 유권자들 사이에선 “괴물의 탄생”이라며 장탄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AfD가 유럽의 새로운 극우 간판으로 급부상한 것이 일시적인 선거 이벤트가 아닌 독일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결집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한 때 유럽의 성장 엔진이었던 독일의 주력 산업이 쇠퇴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팍팍해졌고 이 시기에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난민들이 밀려들면서 반난민 정서가 확산했죠. 그리고 AfD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잘 이용했습니다. 독일 정치 지형과 나아가 유럽 정치 전반을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을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해보겠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 결과. 서울경제DB




꺼진 유럽의 엔진…절망한 서부 노동자 마음 파고든 AfD


독일은 자동차, 화학, 기계공업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갖고 있습니다. 한 때는 ‘유럽 경제의 엔진’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했었지요. 그러나 최근 디지털화와 전기차 시장 전환,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치면서 독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분야는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2023년 독일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약 330만 대로, 2022년에 비해 5%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290만 대까지 감소했고 올해도 더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생산량이 줄어드니 고용도 당연히 쪼그라들었습니다. 2000년 50만 명이었던 독일 자동차 산업 종사자는 2023년 40만 명으로 2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 밀집 지역인 서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자를란트주 등에선 2015~2020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 수가 1만5000개 이상 줄어들었고 2020~2021년에도 약 3%대로 일자리가 줄어들며 전국 평균을 웃도는 일자리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실업률을 볼까요? 더욱 암담합니다. ‘러스트벨트(쇠락 공업지대)’로 묶이는 뒤스부르크(10.5%), 겔젠키르헨(11.8%), 도르트문트(9.5%), 자를란트(8.9%)의 실업률 모두 독일 전국 평균 실업률(2023년 5.5%)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이같은 경제적 불안은 서부 지역 유권자들로 하여금 전통 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때 공산주의였던 동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서부지역은 기독교민주당(CDU)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곳입니다. 독일 민주주의의 모태가 되었던 지역이기도 하지요.

경제적 불안을 느끼게 된 이들은 AfD의 슬로건에 매료됐습니다. AfD는 “제조업 재건” “실업 대책”을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서부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실제로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유권자들의 AfD 지지율은 2021년 12%에서 2024년 19%로, 자를란트주는 같은 기간 8%에서 15%로 뛰어올랐습니다.

AfD는 본래 지지 기반도 더욱 공고히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AfD는 옛 동독 지역인 작센(37.3%), 작센안할트(37.1%), 브란덴부르크(32.5%) 등 5개 지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동부 지역은 서부보다 경제 격차가 심하고, 이민·난민 정책에 대한 회의가 일찍부터 높았던 곳으로 꼽힙니다. 이처럼 동부 옛 동독에서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하고 서부 러스트벨트까지 포섭하면서 AfD는 전국구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독일대안당(AfD) 공동대표 티노 크루팔라(왼쪽)와 알리스 바이델(가운데)이 출구조사 발표 직후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년간 밀려든 난민…잇단 범죄에 반난민 정서 커져


반난민 정서도 AfD에게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10년간 켜켜이 쌓여 온 난민에 대한 불만이 이번 선거에서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은 2015년 시리아·중동 지역 위기 당시, 인도주의를 강조하며 대규모 난민을 수용했습니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역대 최고인 약 69만 건의 난민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이후 매년 15~20만 건의 난민 신청이 접수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엔 연간 난민 신청 건수가 22~26만 건으로 뛰어오르게 되죠.





난민 수용 결정은 국제 사회에서 독일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제 침체에 따른 실업률 상승과 맞물려 ‘복지 부담 증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는 AfD가 반난민 정서를 정치적으로 결집시키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기회를 포착한 AfD는 “국경 통제 강화”와 “난민 수용 제한” 같은 공약을 내보이며 난민 범죄 문제를 부각시켰습니다. 그리고 총선 직전인 1~2월에 난민 관련 범죄가 잇달아 일어난 것도 반난민 정서에 불을 붙였습니다.

독일은 지난해에도 수차례 난민 범죄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는데 올해 정초부터도 난민 범죄가 이어졌습니다. 1월 13일 독일 바이에른주 아샤펜부르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28세 난민이 흉기를 휘둘러 2세 남자 어린이와 41세 남성이 숨졌습니다. 그리고 2월 13일에도 뮌헨 도심에서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남성이 자동차를 몰고 군중을 향해 돌진해 최소 28명이 다쳤습니다.

사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난민의 수 증가와 범죄 발생 건수 증가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난민이 범죄율을 직접 끌어올린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합니다. 독일 연방 형사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외국인 범죄자 수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 91만 1864명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수는 2020년 66만 3199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난민 정서가 증가한 원인을 범죄가 아닌 경제적 불안과 정치적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렇지만 난민들의 범죄를 목도한 국민들은 다른 선량한 난민들까지 포용할 여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시적 극우 돌풍 아닌, ‘구조적 위기’


결국 AfD가 나치 패망 이후 최대의 성과를 올리며 독일 원내 2당에 등극한 것은 한시적 돌풍이 아닌, 독일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가 드러난 계기로 보입니다.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전통 제조업이 쇠퇴하는 사이 정부는 차세대 산업들을 육성할 타이밍을 놓쳤고 이는 서부지역 사람들의 일자리 감소와 사회 불만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경제는 침체하는데 내부 갈등은 고려하지 않고 난민을 수용한 것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과 난민 범죄 사건들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호소를 들어주지 않는 전통 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한 것입니다.



경제와 난민 문제 모두 단기간에 풀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독일 경제는 지난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올해는 1.1% 성장하는가 싶었는데 이마저도 독일 정부가 전망치를 0.3%로 하향했죠.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가 “당이 이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었다”며 “다음 선거에서 우리는 기독민주연합(CDU)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 자신감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오는 것일 겁니다.

이제 독일 정치권은 AfD의 부상을 단순한 극우 정당의 득세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 재편과 이민·난민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는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는 독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도 강경 우파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아예 극우 세력이 정권을 잡아 국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치의 기억으로 극단주의를 배제해 온 독일 정치권이 AfD와 손을 잡지 않으면서도 향후 유권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독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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