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소 116개 조합이 적자를 기록했고, 연체율 10%를 넘긴 부실 조합도 19곳에 달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조합도 다수 확인되면서 신협의 건전성 악화가 금융권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전국 신협 조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날 현재 416개 조합이 경영 공시를 했거나 수시 공시로 재무 상태 개선 조합 지정 사실을 알렸다. 이는 2023년 기준 전국 신협 조합(869개)의 절반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공시를 한 조합 중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만 116개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약 1592억 9900만 원이다. 경영 상태가 나쁠수록 결산에 시간이 걸리고 늦게 공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적인 적자 조합 숫자와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 관악(-47억 3600만 원)과 대창(-20억 9800만 원), 경동(-13억 7100만 원) 등이 손실을 냈다. 지방에서도 △경기 동수원(-79억 7400만 원) △달월(-43억 2700만 원) △전주 덕진(-50억 2800만 원) △인천 계양(-82억 2900만 원) △부산시중앙(-94억 5300만 원) △북부산(-141억 5800만 원) 등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자본비율이 마이너스로 자본잠식인 조합도 여럿 있었다. 서울 묵동(-1.19%)과 충남 공주(-0.2%), 경북 춘양(-0.81%), 대구 한아름(-0.69%), 부산 승학(-0.36%) 등이 대표적이다. 상호금융권의 순자본비율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처럼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 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순자본비율 마이너스는 자본잠식으로 보면 된다”며 “추가적인 건전성 개선 작업이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감독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2%를 밑도는 조합도 8곳이나 됐다. 인천 숭의(0.85%)와 부평제일(1.23%), 대전대흥(1.91%) 등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자본비율이 2~3%로 ‘회색지대’에 속한 조합도 71개에 달했다. 이 조합들은 추가적인 관리 없이는 자본비율이 위험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들이다. 상호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경기 침체로 단위 조합의 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며 “자신이 거래하는 조합의 순자본비율과 연체율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체율이 무려 10%를 넘는 조합들도 다수였다. 조합별로 보면 △서울 회현상가(11.17%) △경기 남양주(11.17%) △달월(12.25%) △인천 석암(11.28%) △충북 새청주(10.15%) △대전대흥(11.86%) △전주행복(14.51%) 등이다. 경남의 새진주 신협과 한의사신협은 연체율이 각각 15.57%, 16.64%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올해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로 신협의 예금 조달 부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대출 부실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내다봤다. 이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과 상각으로 이어져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위협과 수출 감소로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정치적인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며 “자영업자와 건설사, 부동산 개발업자 등 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이들의 연체율이 갈수록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협의 한 관계자 역시 “올해는 부실 관리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새마을금고다. 2023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은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예금 조달 비용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예대마진 축소로 이어져 수익성에 직격탄이 됐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 2000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손실이 이어져 최소 1조 원대 후반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신협 상황이 안 좋은데 새마을금고만 따로 실적이 좋을 리가 없다”며 “새마을금고 실적이 공시되면 크든 작든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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