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순 있지만 이후 찾아올 상승장을 감안한다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고 이익 수준 대비 주가가 과하게 빠진 종목 비중을 높여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달성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인공지능(AI)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지만 현재 미국 정보기술(IT) 섹터 주가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IT 섹터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고평가 영역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자본 대비 이익(ROE·자기자본이익률)은 하락했지만 자본 대비 주가(PBR·주가순자산비율)는 AI 투자 수요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결국 이익 수준보다 높은 주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IT 섹터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주환원 대비 자기자본 이익률이 높아서 가성비가 좋은 데다 성장률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KB증권 추정에 따르면 현재 수준만 유지하면 IT 섹터의 자기자본 이익률은 3년 동안 39.6%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주당순이익 연평균 성장률 14.4%, 주주환원율 88.1% 반영). 다만 현재와 같이 주가 고평가 구간에서는 그동안 많이 오른 IT 종목을 일부 덜어내고 비교적 안정적인 헬스케어의 비중을 높이면서, 일부분은 낙폭과대 종목에 투자해 초과 성과를 달성하는 전략이 더 적절해 보인다.
헬스케어 섹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와 오바마케어 폐지 가능성 등의 요인으로 주가는 하락했지만 오히려 이익 수준은 상승하고 있다. 섹터 특성상 변동성도 낮아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도 적합하다. KB증권은 존슨앤드존슨, 보스턴사이언티픽,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인튜이티브서지컬과 같은 종목 비중을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높게 설정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의료기기와 신약 개발 등 고마진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새로운 수술용 의료 로봇 다빈치 5세대 모델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수술 건수 증가로 인한 현금 보유량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낙폭과대주는 반도체 업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무역 분쟁, 보조금 축소 우려 등 반도체 관련 리스크가 높아지고 딥시크(DeepSeek) 충격 등도 주가에 반영되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가 이익 수준 대비 저평가 영역에 도달했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멀티플 부담도 낮아졌다. 반도체 산업의 12개월 선행 PBR은 대선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자기자본이익률은 약 20% 수준을 지켜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 이익 성장성(EPS CAGR)을 반영한 주가 수익비율(PER)이 시장보다 낮은 종목 중에서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ASML 등을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 종목으로 제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