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부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에 공사 미수금까지 쌓이면서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올해 1~2월 두 달 사이 문을 닫은 건설사는 103곳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까지 대출을 꺼리고 있어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을 닫는 것까지 검토하는 한계 건설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하는 것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불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당분간 부진한 경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부진한 투자 지표에도 드러난다. 1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4.2% 빠졌다. 2020년 10월(-16.7%)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26%)와 기타 운송 장비(-17.5%)에서 줄어든 여파가 컸다.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 기성(불변)도 건축(-4.1%)과 토목(-5.2%)에서 모두 줄면서 전달보다 4.3% 감소했다. 건설 기성은 지난해 8월(-2.1%) 이후 6개월째 줄며 감소 폭은 확대됐다.
내수 부진은 새해 들어서도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가전·휴대폰 등 내구재가 직전 달보다 1.1% 증가했지만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및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정부가 설 연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 판매는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2%)까지 3년 연속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둔화에 생산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로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1월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0.1% 늘어나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9월 0.7% 감소한 뒤로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내수 침체에 생산·투자 지표까지 일제히 큰 폭으로 고꾸라지면서 연초부터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는 2개 분기 연속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할 때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 흐름만 놓고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지난해 2분기(-0.2%)부터 4개 분기 연속 0.2% 이하 성장률에 그치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도 없던 일이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달 일평균으로 5.9% 감소했다. 범용 메모리인 낸드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3%)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모두 위축돼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추경과 같은 재정 정책을 펼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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