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은 2023년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액의 14.5%, 고용의 11.4%, 총수출액의 14.8%를 각각 차지하며 국가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자동차 산업은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과 연관을 맺으며 일자리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30년간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생산 체제를 지속적으로 구축하며 해외 생산능력이 약 600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고 특히 미국 편중도가 계속 심화돼왔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을 대응하는데 구조적으로 취약한 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산된 차량 413만 대 중 67%인 278만 대를 수출했는데 143만 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대미 수출이 국내 자동차 생산의 34.7%를, 수출의 51.5%를 차지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무역적자 개선, 일자리 확대 등을 겨냥해 관세 부과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오고 있다. 관세 부과 방법도 국가별·상품별 또는 상호주의 등 다각적이다.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 교역국별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 등도 고려한 상호 관세,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25% 관세 등을 지속 발표 또는 언급하고 있다.
멕시코는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이 가동 중인데 상호 관세는 현재 FTA로 무관세이지만 각종 규제와 보조금 등이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자동차 품목 관세도 높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미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가능성이 있다. 모두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불확실한 위험들이 산재해 있지만 굳건한 한미 동맹을 필두로 미국 내 투자 및 고용 확대 기여, 첨단 산업 발전 협력 등을 지렛대로 삼아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산 수입을 확대해 무역수지 불균형을 개선하고 우리의 강점인 조선과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주력 산업에서 상호 호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 자동차 산업 차원에서도 현지화를 확대하고 투자와 수출 지역 다변화 등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기아 등은 미국 내 연산 7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신규 공장 가동 확대(30만~50만 대)를 통해 최대 120만 대까지 미국 생산을 늘릴 수 있다. 미국에 편중된 수출 지역도 아세안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으로 다변화해 대체 국가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내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감소 가능성도 상존해 국내 생산 기반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는 전국에 분포된 완성차 및 부품 업체에 심각한 경영 악화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가전략기술인 미래차 분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재 15%에서 반도체 수준인 20%로 확대하고, 지원 혜택에서 배제돼 있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투자 시에도 세액공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가칭 ‘국내 생산 촉진 세제’인데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이런 지원책이 절실하다.
또 전기차 관련 보조금 확대와 친환경차 세제 지원 유지, 충전 요금 할인 특례 부활과 자율주행 관련 실증 인프라 확대, 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 등을 통해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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