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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 협상 물꼬 트이나…"美 파고 넘으려면 조선·철강 상생 필수"

“中 철강 중간재 사용 선박도 규제 우려”

평행선 걷던 후판 협상 극적 타결 가능성

“기회 잡기 위해선 두 업계 힘 합쳐야”

이승렬(앞줄 오른쪽 네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이 이경호(앞줄 오른쪽 세 번째)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최규종(앞줄 오른쪽 여섯 번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등 정부·업계 관계자들과 ‘제4회 철강·조선산업 공동세미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철강협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정책의 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선 업계가 중국산 철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간재로 사용되는 중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미국의 규제가 강화될 여지가 충분해 중국산 철강재 사용 비중을 충분히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5일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최한 제4회 철강·조선 공동 세미나에서 “선박 건조 과정에서 저가의 중국산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산 선박 수입 시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중국산 철강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양 업계간 협력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산 철강이 중간재로 투입된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이 수입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20%다. 중소형 조선소는 50~70%까지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팀장은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추진 시 국산 철강 가치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통해 미국의 견제를 피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결국 중국산 철강을 대체하려는 한국의 노력이 한미간 조선업 협력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에 대해 협상하고 있는 두 업계의 상생을 주문한 분석으로 풀이된다. 후판은 조선사 입장에서 선박 제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동시에 철강사 입장에서도 국내 후판 시장 규모가 8조 원일 정도로 핵심 철강재다.

철강 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최대 38.02%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후판 부문에서 적자를 보는 등 중국 저가 후판의 범람으로 후판 가격이 급락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했는데, 반덤핑 관세 부과를 계기로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선 업계는 갓 불황이 지난 시점에서 후판 가격을 지나치게 많이 올릴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중국 조선소가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어 후판 가격 상승은 조선사 수익성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평행선을 걷던 두 업계의 협상은 공동 세미나에서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포스코는 올해부터 반기마다 진행하던 후판 협상을 분기별로 하기로 했다. 후판 유통 가격의 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협상 가격에 반영하려는 시도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기 협상이 자리 잡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협상 주기를 조정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철강·조선 공동 세미나는 2022년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급변하는 대내외 시장 환경에서 산업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발족했다. 짝수 해에는 조선협회가, 홀수 해에는 철강협회가 행사를 주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과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 부회장 등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서는 원자재 구매 담당 임원들이, 포스코·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460860)에서는 판재·후판 영업담당 임원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 실장은 “철강업은 조선업에 양질의 철강재를 공급하고 조선업은 철강업에 안정적인 수요처가 돼 왔다”며 “탄소중립과 가치사슬의 재편 등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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