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의 대미 수입품 관세는 미국의 4배”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실효 관세율이 0.8%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설명자료를 통해 “한미 양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대부분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는 동맹국으로 한국을 특정하며 압박하자 사실 관계 정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될 경우 향후 진행될 통상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며 한국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셀 수 없이 많은 국가가 (미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이는 매우 불공정하다”며 인도와 중국의 사례를 거론한 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 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한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거의 매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4년 대미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다. 이마저도 각종 관세 환급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여서 실제 양국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관세율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산품에 한정하면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매기는 관세는 0%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최혜국대우 실행세율(MFN)을 기준으로 발언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국의 MFN은 13.4%로 미국(3.3%)의 약 4배다. 다만 MFN은 양자협정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만 적용되는 세율로 미국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정부는 미국과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활용해 트럼프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과 최근 구축한 다양한 실무 협의체, 방미 예정인 통상교섭본부장의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거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오해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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