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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시민사회 "필수의료 의사 기소 제한, 위헌요소… '의사 특권법' 반대"

"의료사고 형사기소 연간 30~40건

'과도한 사법리스크' 주장 동의 못해"

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을 곧 발표하는 가운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의료사고와 관련된 의사의 기소를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 주장하며 반대기류가 커지고 있다. 의사 기소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될 경우 위헌적 요소가 다분할 뿐 아니라 의사만을 위한 특권법이 될 것이라는 게 환자·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의사의 특례보다 의료사고 설명의무, 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 중인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방안은 기존 법체계, 의료사고 실무 현황에 비춰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안이 필수의료 사고의 경우 낮은 과실이면 “다 봐주겠다는 것”이라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규정을 의사에만 적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평등 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소방관, 경찰관 등 각종 직역과 분야에서도 특례를 주장할 수 있고 이를 막을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한해 형사 기소를 제한한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필수의료 개념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성형외과에서 안면종양 수술을 하거나 피부과에서 흑색종 제거 시술을 받으면 필수의료가 되는 만큼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그는 말했다. 아울러 동일한 구조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위헌판정을 받은 사례를 들어 정부안도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의료사고 관련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호소하는 의료계 주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 의사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 건수가 연평균 754.8건으로 영국의 31.5배라고 했지만 이는 피고인이 아니라 피의자의 경우를 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문 등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의료사고 관련 형사기소 건수는 30~40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의료 관련 민사사건이 법원에 연간 750∼800건 정도 접수가 되는데 이를 형사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의료분쟁에서 절대적 약자다. 의료사고 피해자·유족도 의료인이 신이 아닌 이상 의료과실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불법대리수술 등 12개 유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병원 의료사고는 단순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단순과실도 불기소한다면 이는 의사만을 위한 특권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느끼는 울분과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의사의 형사처벌만 면제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적 의료사고 배상체계’의 공공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인 송기민 한양대 교수는 “민간보험을 통하는 방안은 모순”이라며 “보험 운영의 핵심인 손해율, 위험률, 보험료 산정 등을 민간보험과 공제조합에 맡겨야 하며, 운영은 수익 위주로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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